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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AI 시대를 놓쳤나…가치투자 60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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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AI 시대를 놓쳤나…가치투자 60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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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포스트 버핏 시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조용히 떠난다”며 마지막 투자자 편지를 공개했다. 이 서한은 형식상으로는 “더 이상 연례보고서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투자 설명 레터였다. 하지만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의 유언장과 같은 레터였다.

    버핏은 벅셔해서웨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977년부터 주주레터를 보내고, 이를 공개해 왔다. 그중 지난 다섯 해(2021~2025년)에 걸친 버핏의 주주서한은, 그의 60년 투자 여정의 ‘마지막 장(章)’으로서 단순한 투자 보고가 아니라 인생철학, 자본주의, 인간관계에 대한 유언으로 읽힌다.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 격변의 시대였다. 하지만 버핏의 5년간 주주서한을 분석하면,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난다. 오픈AI가 몇 년 만에 1570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기록하고, 엔비디아가 5조 달러 시가총액을 돌파하는 동안, 버핏은 여전히 1988년에 매수한 코카콜라와 1995년에 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행'과 '트렌드'가 지배하는 기술 및 투자 세계 속에서 버핏이 투자자 레터를 통해 조언하는, 한국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을 정리했다. 벅셔해서웨이의 투자자 레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 산간 오지나 남극 북극에서도 누구나 열어볼 수 있게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html 언어로 만들었다.



    1. 장기 투자를 재정의하라

    버핏은 2022년 주주서한에서 놀라운 고백을 한다. "58년간 내 자본 배분 결정 대부분은 그저 그랬다(no better than so-so).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약 12개의 진짜 좋은 결정이 있었고, 그것들이 전부를 만들었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린 버핏은 스스로 고백한 내용대로 계산해보면 5년에 1개꼴로 '제대로 된' 투자를 했다고 자평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들이 말하는 ‘10개 투자 중 1개 대박’ 법칙보다 훨씬 극단적인 집중이다. 버핏은 이렇게 덧붙였다. "잡초는 시들고, 꽃은 핀다(The weeds wither away in significance as the flowers bloom). 시간이 지나면 소수의 승자가 기적을 만든다."

    성공 투자의 핵심 비결은 '분산투자'가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한 우량 기업 '하나'를 장기 보유하는 것이었다는 조언이다. 버핏식 투자 원칙의 대표 사례가 유명한 '코카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다. 버핏은 특히 코카콜라 주식을 37년간 단 1주도 팔지 않았다.




    버핏은 지난 1994년 코카콜라에 13억 달러를 투자했다. 만약 이 돈을 30년 만기 국채에 넣었다면 2025년 지금도 13억 달러(+이자) 수준일 것이고, 이는 벅셔 전체 자산의 0.3%에 불과하다. 코카콜라는 시가 250억 달러로 전체 벅셔 자산의 5%를 차지했다(2022년 주주레터 기준). 2023년에만 배당금만 7억4000만 달러를 받았다. 원금의 57%에 달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마찬가지다. 1995년 매수해 30년째 보유 중이며, 2023년 한 해 배당만 3억 달러를 받았다. 애플은 2016년부터 매수해 2024년 말에는 1600억 달러 규모로 포트폴리오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10년 전부터 들고 있는 주식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10년째 투자하고 있다는 투자자를 찾긴 정말 드물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개인투자자의 평균 보유 기간은 3~6개월이다. 2차전지 테마가 핫하면 2차전지, AI가 뜨면 AI 반도체로 옮겨 간다. 반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10년 넘게 보유 중이며,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이 이 한 종목에서 나온다.

    버핏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많은 시도보다 몇 번의 확신이 중요하고, 짧은 거래보다 긴 보유가 복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투자포트폴리오에 20개 종목이 있다면 그것은 '확신'이 없다는 증거이며 '장기 투자'를 3년 정도만 생각했다면 그것은 '단기 투자'였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1~3개 종목 집중을 견딜 심리적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장기 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인덱스 펀드로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더 좋은 방법이다.

    2.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는 법: 영업이익

    “우리는 일반회계기준(GAAP)이 요구하는 ‘순이익’보다 '영업이익'을 강조합니다. 이 지표는 우리가 보유한 주식과 채권에서 발생한 실현 또는 미실현 자본이익과 손실을 제외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이런 투자자산에서 이익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주식을 사겠습니까. 다만 해마다 그 수치는 거칠고 예측 불가능하게 출렁일 것입니다.”(워런 버핏, 2024년 벅셔해서웨이 주주서한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 투자에 '확신'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좋은 기업이란 “추가 자본을 높은 수익률로 재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라 정의했다. 그런 기업 하나만 평생 보유해도 “대를 잇는 부(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버핏은 '영업이익을 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본질에 충실하다면 사업 성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버핏은 "주식 평가 손익이 아니라 사업이 만드는 실질 이익 흐름, 즉 영업이익(operating earnings)를 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업들은 '이익률'도 숫자로 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난 5년간의 레터에서 일관되게 "회계 숫자의 함정"을 경고했다. 그는 GAAP 기준 순이익이 보유 주식의 시가 변동 때문에 심하게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벅셔가 애플 주식 1600억 달러를 보유한 상황에서, 애플 주가가 10% 움직이면 벅셔 실적이 160억 달러씩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월스트리트가 좋아하는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에 대해서도 "결함이 있는 지표(a flawed favorite)"라며 거리를 뒀다. 이는 회계 기술적 숫자보다 기업이 실제로 창출하는 현금에 주목하라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버핏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시장의 일시적 판단이 아니라, 사업이 만들어내는 실질 현금흐름을 보라는 것이다. 2023년 레터에서 "강세장은 허풍을 낳는다(Bull markets breed bloviated bull)"며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기업들이 실적을 '조정(adjustment)'해 발표하는 관행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분기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회계 숫자에 휘둘리지 말고, 기업이 매년 꾸준히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을 보라는 조언이다. 시장의 단기 소음이 아니라 사업의 장기 실체가 복리를 만든다는 60년 경험의 결론이었다.

    버핏의 조언을 AI 시대에 널뛰기 하는 장세를 보면 더욱 와닿게 된다. "일회성 비용 제외" 같은 문구가 매 분기 반복되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보다 '조정 영업이익'을 발표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이다. 버핏 기준으로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기업이다.

    3. 현금은 쓰레기도, 자산도 아니다…기회의 다른 이름으로 보라

    지난 2021년 투자자 레터에서 버핏은 1440억 달러(약 190조 원)의 현금 보유를 해명조로 설명했다. "이 엄청난 금액은 애국심의 미친 표현이 아니다(not some deranged expression of patriotism)." 마치 변명하는 듯한 톤이었다. 4년이 지난 2025년, 벅셔의 현금성 자산은 3340억 달러(약 450조 원)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애플 지분은 줄었다.
    버핏은 AI 혁명을 이해 못해 기회를 날린 것일까. 실제로 2024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5% 상승했고, 엔비디아는 3배 올랐다. 버핏의 현금 보유는 엄청난 기회비용 손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버핏의 계산법은 달랐다. 지난 2022년 레터에서 그는 명확히 설명한다. "장기 금리가 낮으면 모든 생산적 자산의 가격이 오른다. 주식이든, 아파트든, 농장이든, 유전이든."

    2025년 레터는 한 걸음 더 나간다. "종이돈은 증발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은 화폐 불안정 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다(Businesses will find a way to cope)." 인플레이션이 온다면 현금보다 기업 소유권이 낫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현금을 쌓는가. 답은 간단하다. 다음 위기를 위한 탄약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버핏은 제너럴일렉트릭(GE)에 30억 달러,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우량 기업들이 살길을 찾아 헤맬 때 버핏은 현금을 들고 나타났다. 그 투자로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2020년 코로나19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일본 5대 종합상사를 저가 매수했다. 지금 70% 수익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월급 들어오면 매수"가 기본 전략이다. 정기적금처럼 주식을 산다. "현금 보유는 기회비용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포모(FOMO: 놓칠까 봐 두려움)에 떠밀려 고점에서 매수한다. 2021년 코인 광풍, 2024년 2차전지 테마가 그랬다.

    버핏의 논리는 정반대다. 2021년 레터의 이 문장이 핵심이다. "우리는 회사가 재정적으로 난공불락이기를 원한다(We want your company to be financially impregnable)." 절대 부도 위험에 처하지 않는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60년 생존의 비결이다. 현금은 패배가 아니라 준비다. 모두가 사고 있을 때 쌓고, 모두가 팔 때 쓴다. 투자를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기회를 놓친 게 아니라 다음 기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것이다.

    4. 배당과 세금…복리에 대한 믿음, 책임에 대한 신념

    버핏의 배당(dividends)과 세금(tax) 철학은 유명하다. 이는 단순한 재무 전략이 아니라, ‘복리(compounding)’와 ‘책임(capital stewardship)’에 대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벅셔해서웨이는 1967년 1월 3일 배당을 한다. 주당 10센트, 총액 10만1755달러였다. 그 후 58년간 배당금은 0달러다.

    2024년 버핏 레터에서 "60년간 벅셔 주주들은 지속적 재투자를 지지했고 그 덕분에 회사는 과세소득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미국 재무부에 낸 법인세는 초기 10년간 미미했지만, 이제 누적 10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썼다.

    버핏에게 배당은 복리의 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배당을 지급하면 주주들은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한국은 15.4%, 미국은 최대 20%다. 그 돈은 복리 성장에서 영구히 빠져나간다. 반면 회사가 그 돈을 재투자하면 세전 금액 전체가 복리로 굴러간다.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구체적으로 지난 1967년 이후 벅셔가 만약 이익의 30%를 배당으로 지급했다면 주주들은 매년 배당을 받고 세금을 냈을 것이다. 그 돈을 다시 투자하더라도 이미 15~20%가 증발한 상태다. 복리 사이클이 끊길 수밖에 없다. 버핏은 이 손실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벅셔의 주가는 1964년 대비 550만2284% 상승했다. 배당을 지급했다면 불가능한 수치다.

    2024년 버핏 레터에서도 폭탄 발표를 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268억 달러(약 36조 원)의 연방 법인세를 냈다고 밝힌 것.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전체 미국 기업이 낸 법인세의 5%를 혼자 낸 것이다.

    버핏은 "2024년 내내 20분마다 100만 달러 수표를 재무부에 보냈다고 상상해보라. 365일 밤낮으로. 그래도 연말에 아직 상당액이 남았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버핏의 철학은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비교하면 극명하다. 애플, 구글, 메타는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조세회피 기법을 쓴다. 세금은 한 자릿수로 낸다. 합법을 빙자한 탈세 수법이다. 반면 버핏은 36조 원 세금을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버핏은 2021년 레터에서 "국기를 볼 때마다 감사하라(When you see the flag, say thanks)"고 썼고, 2025년에는 "감사합니다, 엉클 샘. 현명하게 쓰세요(Thank you, Uncle Sam. Spend it wisely)"라고 적었다.

    버핏은 공개적으로 "나는 내 비서보다 낮은 세율을 낸다"며 미국의 불평등한 세제 구조를 비판했다. 자본이득세는 20%지만 근로소득세는 최대 37%다. 부자일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역진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버핏 룰(Buffett rule)의 상징이 됐고, 부유층 증세를 주장했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이라는 메시지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배당성향은 20~30%다. 주주들은 배당을 받고 15.4% 세금을 낸다. 기관투자가들은 '주주 환원 강화'를 요구하지만 버핏 논리로 보면 이는 단기 주주와 장기 주주의 이익 충돌이다. 배당을 원하는 쪽은 당장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들이다. 반면 10년, 20년 보유할 주주에게는 배당이 오히려 손해다. 회사가 그 돈으로 성장하는 게 복리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가 자본을 잘 배분해야 한다. 엉뚱한 사업 확장이나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날리면 차라리 배당이 낫다. 버핏이 무배당을 고집할 수 있었던 이유는 58년간 연평균 19.8% 수익률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신뢰가 있었다.

    버핏의 배당 거부와 세금 자랑은 다른 논리가 아니라 같은 철학에서 나온다. 그것은 "복리를 극대화하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세금을 회피해 단기 수익을 높이기보다, 정당하게 내고 장기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60년 결과가 증명했다. 벅셔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기업이 됐고, 동시에 주주들에게 500만% 수익을 안겨줬다. 배당과 절세에 집착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다.

    5. 일본 투자의 교훈: 복리의 마법을 실현하는 곳

    "절대 미국에 반대로 베팅하지 마라." 버핏의 가장 유명한 격언이다. 60년간 그는 이 원칙을 지켰다. 포트폴리오의 90% 이상이 미국 기업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그는 조용히 일본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타깃은 일본 5대 종합상사였다. 이토츄,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였다. 2020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 이후 2025년 현재 투자액 138억 달러는 시가 235억 달러가 됐다. 6년간 70% 수익을 거뒀다.

    버핏이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가치투자(밸류에이션 플레이)'가 아니었다. 2025년 레터에서 그는 단 한 문장으로 본질을 드러낸다. "일본 경영진은 미국 경영진보다 자신의 보수에 훨씬 덜 공격적이다(far less aggressive about their own compensation)." 이는 미국 기업지배구조를 정면 비판한 것이었다.



    실제 미국 S&P500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봉은 1500만~3000만 달러다. 스톡옵션을 포함하면 더 많다. 회사 실적이 나빠도 계약서에 보장된 보수를 받는다. 반면 일본 5대 종합상사 CEO의 연봉은 100만~200만 달러 수준이다. 미국의 10분의 1이다.

    스톡옵션도 제한적이다. 버핏은 2024년 레터에서 미국의 CEO 보수 인플레이션을 비판했다. "CEO 보수 공시를 강화하면 절제될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A사 CEO가 B사 CEO 보수를 보고 나도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천정부지로 올랐다."

    일본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도 버핏 철학과 맞았다. 배당성향은 30% 수준이다. 나머지 70%는 재투자와 자사주 매입에 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자사주를 실제로 소각한다는 점이다. 버핏은 2023년 레터에서 "우리가 일본 투자를 시작한 이후, 5개 회사 모두 매력적인 가격에 자사주를 줄였다(reduced the number of outstanding shares at attractive prices)."

    버핏이 본 일본의 또 다른 매력은 사업 구조였다. 일본 종합상사는 단순한 무역 회사가 아니다. 에너지, 식품, 금융, 인프라, 자원까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 벅셔와 놀랍도록 유사한 구조다. 버핏은 2023년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파트너를 갖게 돼 기쁘다. 일본에서 벅셔를 만든 것과 같은 정신을 본다. 인내, 신중함, 파트너십."

    그는 이를 "장기적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한 산업적 동맹"으로 규정했다. 5개 회사와 각각 약속했다. 벅셔는 10% 이상 지분을 갖지 않겠다고. 적대적 M&A를 하지 않겠다고 했고 일본 기업들도 환영했다.

    장기 주주가 생긴 것이다. 버핏은 심지어 엔화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금을 조달했다.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엔화로 조달해 엔화 자산을 산다"는 전략이었다.

    지난 2023년에는 버핏과 그레그 에이블이 도쿄를 방문, 5개 회사 경영진을 직접 만났다. 그 후 지분을 9%까지 늘렸다. 2025년 레터에서 버핏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이 포지션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기 차익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가는 투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버핏은 왜 한국(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다. 일본 종합상사는 10배다. 미국 S&P500은 25배다. 버핏 논리대로라면 한국이 제일 싸다. 그런데 왜 버핏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선택했을까.

    추정 가능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지배구조다. 한국은 총수 리스크가 크다. 경영권 승계, 일감 몰아주기,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버핏은 이런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둘째, 주주 환원 정책이다. 한국 기업들도 자사주를 매입한다. 하지만 소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분 이전이나 스톡옵션에 활용한다. 셋째, 사업 다각화의 수준이다. 일본 종합상사만큼 글로벌하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한국 기업은 드물다.

    버핏은 "미국에 맞서지 말라(Never bet against America)"를 외쳤지만, 정작 자신은 가격이 합리적인 곳에 투자했다.

    2023년 레터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미국 시스템은 믿지만, 특정 시점의 밸류에이션은 별개다." 애국심과 투자는 다르다는 뜻이다. S&P500 PER 25배를 주고 살 바에야, 일본 종합상사 PER 10배를 사는 게 합리적이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말이다.

    그가 일본에서 본 것은 숫자 이상이었다. 2023년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일본의 느림을 사랑한다. 그 느림은 곧 신뢰의 속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복리로 쌓아가는 것. 일본 종합상사들은 지난 100년 동안 그렇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결국 버핏의 일본 투자는 단순한 국가 선택이 아니었다. 이는 "복리적 사고가 가능한 시장"을 찾은 것이다. 단기 차익보다 신뢰와 절제의 자본주의를 중시하는 기업. 경영진이 주주보다 자기 배를 먼저 채우지 않는 기업을 고른 것이다.

    95세 버핏의 60년 투자 노하우의 정수

    2025년 레터에서 버핏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영웅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라. 그리고 그들을 따라하라. 당신은 결코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더 나아질 수 있다(Choose your heroes very carefully and then emulate them. You will never be perfect, but you can always be better)"

    60년 투자 여정의 마침표였다. 그가 남긴 건 복잡한 투자 기법이나 비밀스러운 공식이 아니었다. 다섯 가지 단순한 원칙이었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버핏은 떠났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하지만 원칙은 남는다. 회계 숫자보다 현금흐름, 분산보다 집중, 배당보다 재투자, 속도보다 방향. 이것들은 1965년에도 통했고, 2025년에도 통한다. 2055년에도 통할 것이다.

    버핏의 1942년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그는 11살에 첫 주식을 샀다. 다우 지수는 100이었다. 2025년 지금 다우 지수는 3만8000이다. 380배다. 84년간 미국 경제가 성장한 결과다. 지금 개인투자자가 할 일은 무엇일까. 지금 해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지금 들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30년 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자신 있게 "이걸 계속 들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왜 지금 들고 있는 것일까. 지금 투자한 돈은 언제,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버핏은 평생 쌓은 노하우를, 부자가 되길 원하는 이들에게 이미 풀어놨다. 지구상에 버핏보다 더 큰 부자는 손가락 안에 들 뿐이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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