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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마해주겠다"…서초동 '경찰 브로커'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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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마해주겠다"…서초동 '경찰 브로커'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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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한 경찰을 여기저기서 만나는 건 알지만 청탁받았다면 책임져 줄 수 없으니 각자 주의해라.”

    지난달 수도권 한 경찰서 회의에서 고위 관계자가 실무자들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경찰 퇴직자들의 법무법인행 등이 급증하는 가운데 “사건을 잘 봐달라”며 현직 경찰과 접촉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 선제 경고한 것이다. 서초동 법률시장에선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쥔 뒤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끝내거나 반대로 진척이 더딘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로펌들이 퇴직 경찰을 ‘로비 창구’로 앞세우는 구조가 일반화됐다는 지적이다.
    ◇수사 무마 청탁·금품수수 비위 급증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품수수로 징계받은 경찰은 2023년 21명에서 지난해 31명으로 47.6% 급증했다. 올해도 10월까지 금품수수로 징계받은 경찰관이 이미 22명에 달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도봉경찰서장이 수사 무마 청탁을 받고 코인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 비위가 급증한 배경에는 퇴직 경찰의 로펌 취업 급증과 ‘사건 브로커’ 활동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안위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취업 심사를 신청한 경찰 퇴직자 395명 가운데 30%인 119명이 로펌에 취업하거나 취업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펌에 취업한 퇴직 경찰 중 81.5%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변호사’ 직책이었으며 국장·전문위원·자문위원이 64.7%로 가장 많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직자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경우 사전 취업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전 심사를 받지 않은 ‘임의취업’ 사례는 경찰이 가장 많았다.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퇴직 공직자의 임의취업 770건 가운데 경찰청이 224건으로 집계됐다.


    로펌들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변호사뿐 아니라 현장 수사를 담당하던 실무 인력까지 영입하며 조직을 키우고 있다. 형사 사건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불송치를 유도하고, 고소 대리를 맡은 사건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역할이 결정적인 만큼 현장 경험이 풍부한 퇴직 경찰이 필수 전력으로 꼽힌다.
    ◇‘미등록 전문위원’은 관리 사각지대
    중소형 로펌에서 소위 사건 브로커로 활동하는 미등록 전문위원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은 특정 로펌 소속인 것처럼 활동하지만 지방변호사회에 사무직원으로 공식 등록돼 있지 않아 사실상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8월 부산지방검찰청은 사건 변호를 맡기 위해 경찰관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준 혐의를 받는 부산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뇌물공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로펌의 미등록 전문위원들이 관련 사건을 맡은 수사팀에 음식을 대접하는 등 부적절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런 문제를 인지해 올해 초 상임위원회에서 미등록 전문위원을 모두 로펌 직원으로 등록해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로펌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관련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에 대한 책임을 개별 경찰에게만 지우는 방식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선 경찰에 대한 섣부른 통제 강화는 수사과 기피 현상을 가중해 민생 치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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