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방식을 놓고 관가에서는 “역대 대통령과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지금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가 생중계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 대통령이 부처 산하 기타 공공기관 현황까지 일일이 들여다본 건 파격적이라는 분석이다. “행정가 출신다운 꼼꼼한 면모”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만기친람”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통상 부처 장관이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워놓고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보고하면 굵직한 주제를 놓고 간략한 토론이 오간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장관 보고가 끝나고 산하 공공기관 현황이 담긴 수백 장짜리 세부 자료를 일일이 넘기면서 업무를 확인했다. 이날까지 업무보고를 한 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130여 개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자료를 한 장씩 넘겨가며 각 기관장에게 “언제 만들어졌냐” “인원은 몇이냐” “언제 임명됐냐” “다른 기관과 겹치는 업무는 없냐”고 질문했다. 일부 기관장을 두고는 “어디에 앉아 계시냐”고 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업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몇몇 기관장을 질타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다만 비공개로 논의돼야 할 정책 사안이 설익은 상태로 국민에게 노출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토론을 통해 합리성을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확정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 지시라도 논의 과정에서 바뀌거나 실현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평소 강조해 온 공공기관 통폐합의 밑그림을 그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