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2일 14: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회사채 캡티브 영업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증권사와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증권사가 회사채를 주관할 때 증권사의 계열사인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이 해당 수요예측을 참여하려면 내부 보고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장기적으로 발행금리 이하(낮은금리)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경우 그 참여내역을 공시하는 방안까지 포함됐다. ▶본지 2월 27일자 A1, 3면

금감원, 회사채 수요예측 가이드라인 마련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캡티브 규제안을 증권사에 공유하고 발표 전 마지막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 감사부, 금투협은 증권사 IB 기업금융부서를 통해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가이드라인은 법 개정 없이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조치와 중장기적 제도 개선 과제로 나뉜다. 우선 내년부터 시행할 즉시 조치에는 증권사의 업무 매뉴얼 개정이 포함됐다. 회사채 주관 과정에서 IB 부서가 계열 금융사(보험사, 자산운용사)와 운용부서에 수요예측을 참여하도록 종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이어 기업과 캡티브 관련 협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증권사는 이런 내용을 기반으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회사채 발행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증권사는 주관사 계약 체결부터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자자 배정 등 모든 기록을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정해진 기간 동안 보존해야 한다.
특히 증권사의 계열사가 회사채를 1개월 내 처분하는 경우 수요예측에 왜 참여하고 매도했는지 그 사유와 매도가격을 기록해야 한다. 공모 회사채 발행을 담당하는 기업금융부서가 운용부서에 수요예측의 참여 대가를 지급하거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기업금융부서가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용 ‘전략북’을 운용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중장기적으로 인수업무 규정 개정이 추진된다. ‘주관사가 발행사로부터 계열사 참여 요청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인수업무 규정에 명문화하고, 계열사가 발행금리 이하(낮은 금리)로 수요예측에 참여했을 경우 그 참여 내역을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증권사 제재없이 자율규제"

올해 초까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계열사의 참여를 약속해 수임을 따내는 ‘캡티브 영업’ 관행이 퍼져있었다. 계열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이 대거 참여하면 회사채를 발행하는 입장에서는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증권사는 회사채 주관을 대가로 발행 기업의 요구대로 회사채를 인수했다가 발행 직후에 손해를 보며 매각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 금리가 왜곡되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를 외면하는 악영향이 발생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캡티브 영업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자율 규제가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핵심인 계열 금융사를 동원한 수요예측 교란 행위에 대한 제재 조항이 빠진 채 내부 보고와 체크리스트만 강조됐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증권사가 계열사 참여 시 내부 보고 절차를 갖추고 있는 만큼 새로 도입되는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이 제시한 체크리스트 역시 발행사가 캡티브 참여를 요구했는지 증권사 스스로 체크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어떤 증권사가 발행사로부터 금리 요청을 받았다고 체크하겠느냐”며 “지금도 발행사에 금리를 제시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자율 규제로는 시장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