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43.55

  • 11.30
  • 0.27%
코스닥

931.35

  • 3.56
  • 0.38%
1/6

"사법부 투명성 높여야"…'한국형 디스커버리', '재판 공개' 등 확대 논의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법부 투명성 높여야"…'한국형 디스커버리', '재판 공개' 등 확대 논의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인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해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과 ‘판결서 공개 및 재판 중계 확대’ 방안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국민의 사법 신뢰를 높이기 위해 디스커버리 제도의 단계적 도입과, 공익성이 높은 사건을 중심으로 한 판결서 공개 확대 및 재판 중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9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2세션 주제는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였다. 증거 수집 절차, 판결서(판결문) 공개, 재판 중계 등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증거수집 외주 막아야" vs "제출 부담 커지는 기업 입장 고려"
    이준범 인하대 로스쿨 교수(사법연수원 36기)는 첫 발표자로 ‘민사소송법상 증거 수집 절차 도입 시 고려 사항’을 주제로 발제하며 “우리 실정에 맞는 디스커버리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사소송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당사자가 수사기관을 활용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며 “증거 수집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형사절차를 통한 확보가 상대적으로 효율적이고, 이로 인해 원고 측이 사실상 정부에 증거 수집을 외주하는 셈”이라는 지적.

    해당 제도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소송 당사자 간에 증거와 정보를 상호 교환하도록 의무화한 절차다. 주로 영미법 국가에서 발달했다. 재판 전에 문서·증언·물적 증거 등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을 줄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는 2022년 민사소송에서 증거 편재 현상을 지적하며, 법원행정처에 디스커버리 제도 법제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자문의견을 낸 바 있다. 현행 민사소송은 법원이 증거조사를 주도하는 구조여서 정보 비대칭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이어 한국형 자료 수집 절차의 운영 예시를 소개하며 “법원이 자료 제출명령 제도를 유지하는 이상, 운용 방식에 따라 실체적 진실 발견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민사소송에서 모색적 증거 수집 신청을 지나치게 적대시하는 실무 경향에서 일정 부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제도 도입 섣부르다는 반론도 만만찮아. 토론자인 정상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41기)는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와 관련해 △기업 대상 소송 증가 △소송 비용 부담 △모색적 증거 수집 △규정 불명확성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우선 현행 문서제출명령·자료제출명령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운용 방식을 개선해 실무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며 새로운제도 단계적 도입 제안. 이어 “중소기업 보호가 필요한 분야에서 상생협력법 등 관련 분야에 시범 적용한 뒤 보완을 거쳐 민사소송법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손흥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28기)는 “영미법계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대륙법 체계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실무적으로는 현행 문서제출명령 제도의 재판부별 운용 편차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판결문·재판 중계 등...재판 공개 확대 두고도 논쟁
    두 번째 발표자인 유아람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3기)는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한 판결문 공개 및 재판 중계 확대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 부장판사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의 판결문 공개 확대 과정을 소개하며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판결문 공개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 확대에 따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만큼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사생활·영업비밀에 대한 요건 및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판결문 작성 시 주소 등 형식적 기재는 제외하고 개인정보 기재는 최소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재판 중계에 대해서는 “판결 결과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증언 위축 등 부정적 영향도 있는 만큼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익성이 큰 사건을 중심으로 확대를 검토하되, ‘쇼츠’ 형식의 자극적인 사후 편집 영상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익성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는 실제 재판 장면을 방송 형태로 중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토론에서는 법원의 판결문 공개 현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판결문 공개가 지연되면서 감시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미국 연방법원은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모든 판결문를 공개하고, 영국 대법원도 선고 후 일주일 이내에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비실명화 작업 등의 이유로 공개 시점이 불명확해 감시 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동안 국민은 단편적인 언론 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인상 비평이나 결과론적 비난이 뒤따르기 쉽다”며 “판결서 원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논리적 검증 자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 소장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에 따른 부작용도 경계했다. 그는 “행정안전부와 법무부가 합동으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에 대량의 판결 데이터를 일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인가 요건을 충족한 소수 기업에만 정보가 집중되면 판결문 시장의 독과점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특정 기업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할 경우, 빅테크의 법조 시장 진입과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