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2월 6일자 A10면 참조
9일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완커는 전날 채권단에 채권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오는 15일 만기가 돌아오는 20억위안(약 4150억원) 규모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해 달라고 했다. 채권단은 10일 회의를 열어 완커의 채권 만기 연장 요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완커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지난달 말 이후 완커 채권 가격은 50%가량 폭락했다.완커는 국유 지하철 운영사인 선전메트로가 최대주주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부동산 개발사로 여겨졌다. 국유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개발사가 채권 상환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도 완커는 정부와 강하게 연계된 만큼 안정적이고 디폴트 우려가 없는 업체로 인식돼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완커의 이번 채권 만기 연장 요청을 유동성 악화 조짐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디스는 “완커는 올 들어 280억위안 순손실을 낸 데다 이자 부담만 현재 3629억위안에 달한다”며 “당장 앞으로 6개월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만 114억위안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헝다, 비구이위안 등 중국 내 굵직한 부동산 개발사가 파산해 중국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완커의 유동성 위기마저 현실화하면 부동산발 쇼크가 발생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자는 블룸버그에 “완커는 선전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완커의 디폴트는 상대적으로 더 큰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커지자 중국 정부도 다급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가운데 이달 중순 열리는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선 새로운 부동산 시장 안정화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별로 부동산 수요를 정밀하게 파악해 규제를 완화하고 토지 신규 공급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방침이다. 아울러 막대한 재고를 단계적으로 흡수하는 일종의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상업용 부동산 공급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선 상업용 부동산 공실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장성 임대주택 활용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주담대에 대한 소득세 공제 확대, 부동산 거래 비용 인하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도부가 다급해진 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져 경제 전체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미분양, 미완공 물량은 역대 최다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주택 가격은 올해 3.7% 하락한 뒤 내년에도 2.8%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안정 대책과 함께 이번 회의에선 내년 성장률 목표와 구조개혁 방향도 제시된다. 중국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5% 안팎’ 성장률 목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