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로 새판 짜는 IBM
IBM은 110억달러(약 16조원)를 들여 콘플루언트 인수 작업을 하고 있다. 콘플루언트는 기업 내부 시스템과 외부 클라우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처리하는 데 특화한 기업이다. AI 에이전트를 기업 현장에 도입하려면 이 같은 데이터 연결이 필수다. 사용자가 AI에 업무를 지시했는데 AI가 기업의 과거 데이터는 읽어도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 없어서다. IBM이 콘플루언트를 ‘AI를 위한 데이터 철도망’으로 부르는 이유다.AI가 비정형 데이터까지 학습 가능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IBM이 기업 고객을 늘리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다. 이수정 한국IBM 사장은 9일 간담회에서 “기업 데이터의 1%만 실제 AI 학습에 활용된다”며 “기업 데이터 중 90%에 이르는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을 구축하는 것이 기업 혁신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PDF 문서만 해도 사람 눈에는 잘 정리된 문서처럼 보이지만 AI에는 비정형 데이터다. 글자 추출과 표·이미지 분리 작업을 거치기 전에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시점이 관건
IBM이 바닥 모를 추락을 막기 위해 반격에 나선 시점은 2019년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하면서부터다. 레드햇은 클라우드와 내부 시스템(온프레미스)을 하나처럼 쓸 수 있는 ‘오픈시프트’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이다. 기존 클라우드 기업과 정면 승부하는 대신 기업용에 특화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금융, 제조, 공공 등 규제가 강한 산업에서는 데이터를 공공 클라우드로 옮기기 어려워 온프레미스와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노린 선택이었다.당시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IBM의 미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AI에 달려 있다”며 “레드햇은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작년엔 클라우드 인프라 자동화 도구를 제공하는 하시코프를 사들였다. 이번에 콘플루언트까지 인수를 완료하면 IBM은 인프라, 클라우드, 데이터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풀스택’ AI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문제는 IBM이 이 분야에서 여전히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WS는 이미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에서 전 분야에 걸쳐 가치사슬 구축을 완료했다. AI업계 관계자는 “IBM은 AI 모델과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자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자동화, 보안, 실시간 데이터 흐름이라는 틈새를 공략해 AI 인프라 시장에서 운영 표준을 구축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