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의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제한된다.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 내에 있는 병원이나 약국, 위스키나 와인 등 수입 주류를 취급하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주된 ‘타겟’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온누리상품권의 혜택이 영세 소상공인에게 가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취지지만, 되려 전통시장 방문객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年30억 이상 점포 가맹 제외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온누리상품권이 영세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에서 주로 거래될 수 있도록 가맹점의 매출액 또는 온누리상품권 환전액 기준을 도입했다.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대통령령을 통해 정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지난 9월 가맹점 기준을 30억원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0억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 중소신용카드가맹점 기준이다. 행정안전부가 총괄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의 가맹점 등록 기준이기도 하다.
중기부가 이 같은 정책을 갖고 나온 것은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 내에 위치해 있지만 소상공인이라곤 보기 어려운 일부 업체들이 10~15% 할인 혜택이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해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국회 등의 지적에 따라서다.
중기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전국에 1048개에 달한다. 여기엔 위스키나 와인 등 수입 주류 애호가들 사이에서 ‘성지’라 불리는 슈퍼마켓형 점포와 대형 약국, 전자제품 매장, 병원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우나 생선회 등 고액의 농축수산물 유통업체나 인기 요식업체 등도 일부 포함돼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매출 기준을 초과할 경우 신규 가맹 등록 또는 기존 가맹점의 등록 갱신이 제한된다. 이미 등록된 가맹점이라도 이 기준을 초과하면 가맹점 등록이 말소된다. 하지만 현행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가맹점 지위를 유지하게 했다.
◆“되려 전통시장 방문객 줄일수도”
개정안엔 온누리상품권으로 이른바 '상품권깡'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부당이득금의 3배의 과징금을 받게 된다는 조항도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물품 판매나 용역 제공 없이 받은 상품권을 환전하거나, 실제 매출액 이상의 거래를 통해 받은 상품권을 환전하는 상품권깡이 적발되면 부당이득금의 3배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기존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던 부정유통 행위도 새롭게 명시했다. △가맹점이 등록된 점포 외부에서 상품권을 수취한 뒤 환전하는 행위 △수취한 상품권을 다른 가맹점에서 재사용하는 행위 △제3자와 공모해 상품권을 부정하게 유통하는 행위 △비가맹점의 상품권 취급 및 사용자의 재판매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기존 전통시장에 한정됐던 화재공제 제도를 상점가와 골목형 상점가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개정은 온누리상품권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제기돼 온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개선한 조치”라며 “부정유통에 대한 대응을 한층 촘촘하고 강력하게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 설정이 전통시장 방문객을 되려 줄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몰리는 인기 점포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제외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입지를 찾아 철수할 경우 전통시장의 명소만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