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군 장병들 중에는 아직 취업해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경력이 짧은 경우가 많다. 아직 제대로 경제활동을 시작도 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벌써부터 연금과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다소 성급해 보일 수 있다.
겨우 20년 남짓한 삶을 살아 온 이들에게 40년 후 삶을 준비하라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연금과 노후 준비를 차일피일 미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당장 전력은 쏟지는 않더라도,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기본은 챙겨 둬야 한다.
좋은 노후 준비 방법은 일찍 시작해서 꾸준히 적립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에 비례해서 연금액이 늘어나고, 개인연금도 오랫동안 적립해야 복리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중심으로 국군 장병에게 필요한 연금과 노후 준비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노후 준비의 필수품, 국민연금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입대한 사병도 군인연금 가입 대상일까. 그렇지 않다. 군인연금은 부사관 이상의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일반 사병은 가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18세부터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되지만, 소득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과 군인은 27세까지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일까. 대다수 사병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사병들 입장에서는 당장 연금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어 좋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보험료를 내지 않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노후에 받는 노령연금 수령액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급여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하면 6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노령연금은 기본연금과 부양가족연금액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기본연금액은 소득대체율, 평균소득, 가입 기간에 따라 정해진다.
먼저 소득대체율부터 살펴보자.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 동안의 평균소득에서 노령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노령연금 수령액을 가입 기간 동안 평균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예를들어 가입 기간 월평균소득이 300만 원이고, 연금액이 월 120만 원이면 소득대체율은 40%가 된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1999년에 60%로 낮췄고, 2008년에 다시 50% 떨어뜨렸다.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감소시켜 2025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1.5%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연금 개혁을 통해 2026년부터는 소득대체율이 43%로 상향 조정된다.
가입 기간 길수록 수령액 늘어나
연금 수령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에는 A값과 B값이 있다. A값은 연금 수급 전 3년간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을 평균한 값이다. B값은 가입자 개인의 가입 기간 동안의 소득월액을 연금 개시 전년도의 현재 가치로 환산한 다음, 그 합계액을 가입자의 전체 가입월수로 나눠서 산정한다.
기본연금액을 산정할 때는 A값과 B값을 평균해서 반영한다. 가입자 소득만 아니라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소득을 함께 반영해서 기본연금을 산정하는 셈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국민연금은 세대 내 소득을 재분배한다.
마지막으로 가입 기간을 반영해야 한다. 앞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이 40년일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가입 기간이 40년이 안 되는 가입자는 소득대체율에 못 미치는 연금을 받는다. 60세까지 보험료를 납부한다고 할 때 20세에는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40년을 채울 수 있다.

노령연금을 더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법률로 정한 소득대체율은 가입자가 어떻게 할 수 없다. A값도 가입자가 통제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B값 또한 장기간의 소득을 평균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한두 해 소득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가입 기간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기본연금 수령액은 가입 기간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일단 가입 기간이 10년이 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후 가입 기간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연금액은 평균 5%씩 늘어난다.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임의가입 제도를 활용해 가입 기간을 늘린다. 임의가입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 본인의 신청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해 18세부터 27세 사이 젊은이들 중에 국민연금에 임의가입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임의가입 하면 보험료는 얼마나 나올까
보험료를 얼마나 내야 할까. 국민연금 가입자는 기준소득월액에 연금보험료율(2026년 9.5%)을 곱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2026년 1월 기준으로 100만 원에서 637만 원 사이에서 기준소득월액을 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월보험료는 9만5000원(=100만 원×9.5%)에서 60만5150원(=637만 원×9.5%) 사이에서 정해진다.
둘째, 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해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임의가입을 했다고 보험료를 계속 납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두 차례 보험료를 내고 중단하면 납부예외 상태가 된다. 납부예외 기간에 내지 않은 보험료는 취업한 다음에 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해 납입할 수 있다. 임의가입을 하지 않았더라도 군 복무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추후납부 할 수 있다. 추후납부는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최대 119개월까지만 할 수 있다.
추후납부는 국민연금 가입 중에 할 수 있다. 추후납부 보험료는 신청일이 속하는 달의 기준소득월액에 납부기한이 속하는 달의 보험료율을 곱해서 연금보험료를 산출하고, 여기에 다시 추후납부 기간(월수)을 곱해 산정한다. 추후납부 보험료는 전액을 일시에 납부할 수도 있고, 금액이 크면 월 단위로 60회 분할해 납부할 수 있다. 분할납부 하면 분할납부이자(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 적용)가 가산된다.
셋째, 군 복무 크레디트 제도가 있다. 군 복무 크레디트란 2008년 1월 1일 이후 병역의무를 이행한 현역병, 상근예비역,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2025년 12월 31일 이전에 전역한 병사는 최대 6개월까지, 2026년 1월 1일 이후 전역하는 병사는 최대 12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준다. 해당 기간 동안 소득은 A값의 2분의 1을 인정해준다. 군 복무 크레디트는 따로 노령연금 수급 자격이 생겼을 때 자동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

연금저축은 사병도 가입 가능해
이번에는 개인연금에 대해 살펴보자. 세제 혜택이 있는 대표적인 연금 상품으로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다. 먼저 IRP 가입 대상부터 살펴보자. 군인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군인은 IRP에 가입할 수 있다. 군인연금법은 부사관 이상의 현역 군인에게만 적용되므로 일반 사병은 IRP에 가입할 수 없다. 연금저축은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반 사병도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펀드, 보험, 신탁이 있다. 신탁은 신규 판매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은 보험과 펀드 두 종류가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보험사가 운용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다. 보험사가 매월 고시하는 공시이율로 적용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제공한다. 하지만 시장금리에 따라 이율이 변동되기 때문에 저금리 시기에 높은 수익을 얻기 힘들다. 대신 예금자 보호가 적용된다.
연금저축펀드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따라서 원금 보장도 안 되고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연금저축펀드에는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와 같은 다양한 투자 상품을 담아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들 투자 상품은 변동성이 커서 단기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우량 자산에 장기 투자를 하면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연금저축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 중 대표적인 것은 세액공제다. 연금저축에는 한 해 1800만 원까지 저축할 수 있는데, 연간 저축금액 중 최대 600만 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13.2%(또는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16.5%)를 적용한다. 한 해 600만 원을 저축하면 최대 79만2000원(=600만 원×13.2%) 또는 99만 원(=600만 원×16.5%)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일반 사병은 환급 받을 세금도 없다. 대신 연금계좌에서 세액공제 받지 않고 저축한 원금을 인출할 때 세금을 부과하지 않다. 여하튼 일반 사병 입장에서는 당장 저축금액에 세액공제 혜택은 받을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을 중도인출 하거나 연금으로 수령할 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복리효과, 투자 기간·수익률에 좌우
저축금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받지 못해도, 운용수익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한 과세이연 혜택은 누릴 수 있다. 일반 금융 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에는 15.4%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은 인출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자산을 불려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자와 배당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인출하면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복리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복리효과는 투자 기간이 길수록 커진다.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에 맞춰 매년 초 600만 원씩 연복리 5%로 적립했다고 가정해보자. 5년간 적립하면 3481만 원을 모을 수 있다. 적립 기간이 10년이면 7924만 원, 20년이면 2억832만 원, 30년이면 4억1856만 원을 모을 수 있다.
가입 기간뿐만 아니라 수익률도 복리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에 맞춰 매년 초 600만 원씩 30년 동안 투자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앞에서 살펴봤듯이 30년 동안 연복리 5%로 투자하면 4억1856만 원을 모을 수 있지만, 연복리 3%로 수익률이 하락하면 적립금은 2억9402만 원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수익률이 연복리 7%면 7억3408만 원, 연복리 9%면 10억8566만 원을 적립할 수 있다.
복리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에 맞춰 매년 600만 원씩 저축한다고 가정하기는 했지만, 반드시 매년 600만 원씩 저축하라는 말은 아니다. 일단 연금계좌를 만들고 능력이 되는 만큼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소득이 늘어날 때마다 투자금액을 늘리면 된다. 일찍 시작하고, 꾸준히 적립하고, 세금을 줄여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