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8일 15: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7월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제도를 개편한 이후 기관투자가의 장기 보유 확약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들어선 여러 기업의 청약 일정이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양극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도 개편 이후 현재까지 공모주 청약 수요예측을 진행한 19개 기업의 기관투자가 확약률(신청 수량 기준) 평균은 40.6%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제도 개편이 이뤄지기 전까지 확약률 평균(9.8%)의 네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부터 기관투자가 배정물량 중 30% 이상(내년부터는 40%)을 확약을 건 기관투자가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최대 가점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가점도 확대했다.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상장 주관사에 공모물량의 1% 6개월 보유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이처럼 제도를 개편한 것은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기관투자가가 단기 차익 목적으로 공모주 배정을 받기 위해 수요예측 참여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의 제도개편 이후 기관투자가의 확약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에임드바이오다. 신청 수량 74.2%에 15일 이상 팔지 않겠다는 확약이 달렸다. 6개월 이상 확약이 걸린 수량만 전체의 23.4%에 달했다. 이어 씨엠티엑스(71.8%), 그린광학(65.4%)의 확약률이 에임드바이오의 뒤를 이었다.
확약률이 높아진 것은 공모주 수익률이 높아진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11개사의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27%에 달했다. 3분기 첫날 평균 수익률(47%)을 크게 웃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수량을 받기 위해 과감하게 확약을 거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지난 2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기관투자가 확약률은 5.5%에 그쳤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한 이지스의 확약률도 6.3%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아크릴(52.8%), 티엠씨(53.4%)가 기록한 확약률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청약 일정이 단기간에 집중된 영향이 적지 않다. 확약을 걸면 그만큼 자금이 묶여 다른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총 4개 기업의 공모주 청약이 남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분위기가 주춤해지면 주관사가 목표 물량(40%)을 확보하지 못해 의무보유를 해야 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신중하게 상장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