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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첨단기술 패권 지형도…"한·중 협력 전략 새 판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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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첨단기술 패권 지형도…"한·중 협력 전략 새 판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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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 분산형 교류와 개방·폐쇄의 적절한 균형으로 한·중 과학기술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상하이·저장성·광둥성·산둥성 등 중국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과학기술인이 한 자리에 모여 한·중 과학기술 협력의 새로운 방향과 전략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 6일 베이징 리두웨이징호텔에서 열린 '2026년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과 미래 전망' 학술대회를 계기로 해서다.
    중국 현지에서 느낀 과학기술 생태계 공유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와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칭화대·상하이과기대·난징농업대·베이징항공항천대·시안교통리버풀대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대학·연구기관 소속 한국 과학기술인들이 참석해 중국 현지에서 느낀 과학기술 생태계의 특징을 공유했다.

    이 중 20명의 한국 과학기술인은 이날 공동으로 '2026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과 미래 전망' 책도 발간했다. 중국 현지의 과학기술 발전 모습과 미래상을 정확하게 알려 한국의 정책에 일부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인 한국 과학기술인들은 모두 "인공지능(AI)·양자·바이오 등 신기술 패러다임의 가속화가 첨단기술·국가안보 일체화 흐름과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협과 기회가 공존하는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이런 격변 속에서 중국의 과학기술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선도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 과학기술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서 '기술·안보 일체화 시대'를 포괄하는 전략적 협력 모델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중국은 올 들어 초저가·고성능 AI 모델 딥시크,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양자컴퓨팅의 혁신, 바이오파운드리(AI·로봇 등을 접못한 실험 자동화)와 합성생물학의 도약으로 첨단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산업-국가-국제 질서'를 포괄하는 국가 주도형 혁신 정책의 틀 속에서 한국의 20배를 웃도는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를 기반으로 인재 양성, 산업 육성, 공급망 자립화, 국제 표준, 동맹 외교를 거침없이 진행하고 있다.





    백은혜 칭화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통제를 계기로 기존 GPU 추격 경쟁을 넘어 AI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 전력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칩 성능 경쟁이 아닌 AI 구현 방식 자체를 새롭게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메모리 강국에서 지능 강국으로 전략 전환과 국제 협력, 기초연구 투자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CIM(메모리·연산 통합)과 뉴로모픽 반도체(인간의 신경계를 모방한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AI 인프라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호보완적 협력 통해 국제표준 규범 정립해야
    강력한 국가 주도의 대학 연구가 중국의 기술 성숙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벤처 자본의 유입이 가팔라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명중 듀크쿤산대 교수는 "중국은 전략적 투자, 연구자 육성 및 귀환 정책, 대학 중심의 대규모 연구 생태계가 결합한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터 시대를 시작했다"며 "학문적 성과를 넘어서 벤처 창업과 산업화 단계로 확장하면서 독자적인 양자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파운드리 분야의 협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생명공학 연구와 제약 산업에서 차세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합성생물학과 바이오의약품 개발 속도를 혁신적으로 가속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어서다.





    정용삼 난징농업대 교수는 "중국은 합성생물학을 미래 성장 동력이자 국제 패권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정부 주도로 장기간 투자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며 "미국이 여전히 혁신 기업과 기초과학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와 대규모 투자로 위협적인 수준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이어 "합성생물학의 발전은 단일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제적 협력과 윤리적 표준화가 필수라 한·중 상호보완적인 협력을 통해 책임 있는 국제표준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이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파운드리 생태계에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협력 국가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의 구조적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도 한국 과학기술인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중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앙정부의 장기 목표 아래 지방정부와 국유·민간 기업이 맞물려 저가·대량을 넘어 정책·기술·시장을 통합하는 구조적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려면 한국 역시 장기 정책의 일관성과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종명 상하이과기대 교수는 "로봇, 군용 드론, 특수 모빌리티, 도심항공교통, 전기 항공기, 친환경 선박 등 성능과 신뢰성이 우선되는 영역을 선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국내에서 고위험 신기술을 실증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 내 인프라를 활용한 공동 실증과 데이터 연계 모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게는 수십년 간 중국 현지에서 연구를 진행해 온 한국 과학기술인들은 "이제 과학기술은 단순한 산업 성장의 수단을 넘어 국가 안보와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 경쟁이 곧 안보 경쟁이며, 공급망 재편은 외교·경제 질서의 재구축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또한 첨단과학기술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국가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실리를 따져 중국과 과학기술 협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은 이날 행사의 취지와 책 발간에 대해 "중국의 기술혁신 역량과 분야별 전략 그리고 한·중 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기술-산업-국제의 다층적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한·중 모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안보화라는 흐름 속에서 선택적 협력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획를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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