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험자본 시장에서 ‘구조적 투자자’로서 성장금융운용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겠습니다”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운용)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SK증권빌딩에서 열린 ‘2025 모험 투자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과 경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AI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이끄는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성장금융운용의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성장금융운용은 정부, 정책금융기관, 민간 금융사가 함께 참여하는 국내 대표 펀드오브펀드(재간접펀드) 운용사다. 모험 투자 생태계의 기반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는 ‘데이터와 모험자본이 만드는 AI 국가 경쟁력’이다. 허 대표는 “대한민국은 제조업 기반에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승부를 내려면 산업별 전문성과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도메인 특화 AI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모인 기업들도 산업 현장에서 생성되는 고유 데이터와 기술이 ‘빅테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해자’가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규제·환경·공정 특성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이 바로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일수록 한국 스타트업이 빠르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홀리데이로보틱스의 송기영 대표는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대기업 중심의 고도화된 생산 생태계를 갖춰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고 상용화하기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리한 국가”라며 “초기 진입장벽은 높지만 일단 대기업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강력한 신뢰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에듀테크 분야 발표자들도 “도메인별로 축적되는 독점적 데이터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업계는 AI·전략산업 특성상 ‘긴 투자 회수 기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짚으며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간 벤처캐피털(VC)이 단독으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어서다. 하정희 신한벤처투자 상무는 “AI 영역은 기업의 기술 개발만으로 완결되지 않아 데이터와 모험자본이 결합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인프라로 기능한다”며 “정부·정책기관뿐 아니라 금융회사·대기업의 출자자(LP) 자금까지 운용하는 성장금융운용이 시장성과 공공성을 조화시키는 방향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