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스트는 3일 발간한 <2026 세계대전망>에서 내년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1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각국은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초점이 이동하며 ‘고통스러운 경제적 선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부유한 국가들이 이 문제를 여전히 회피하고 있어 채권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내년 5월로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임 인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Fed의 정치화는 금융시장 대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0년 이후 상승세를 보인 원자재 시장과 관련해서는 “내년에는 원유를 비롯한 (일부)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원유는 공급이 넘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을 낮추려 할 것이고 걸프 국가들의 생산량도 회복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영향은 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눈여겨봐야 하는 핵심 지표로는 기업이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비율과 AI가 실제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를 꼽았다. 올해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관련주 주가 급등이 미국 경제의 충격을 완화했지만 내년부터 진짜 영향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관세에 따른 피해가 드러나면서 내년 미국 경제 약세를 점쳤다.
‘트럼프식 거래주의’는 내년 세계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평화 중재, 미국 뒷마당을 향한 강력한 군사 개입, 핵심 공급망을 둘러싼 기회주의적 거래 등이 혼합된 기묘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투자효과 시험대…'美 Fed 정치화'땐 금융시장 대혼란
英 이코노미스트 '2026 세계대전망' 발간
‘시험대 오른 인공지능(AI) 투자, 여전히 예측 불가인 도널드 트럼프, 북극에서도 강대국 경쟁….’英 이코노미스트 '2026 세계대전망' 발간
이코노미스트가 3일 발간한 <2026 세계대전망>에서 제시한 트렌드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부터 AI 투자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 2025년을 뒤흔든 ‘트럼프 효과’가 내년에도 이어지고, 북극의 자원과 해상 무역로를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봤다.
◇ 영향력 커지는 AI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는 올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400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2030년까지 7조달러가 투입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AI에서 발생한 매출은 연 50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엔 AI의 경제적·사회적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평가했다. 변호사의 계약서 검토 지원, 생명과학 연구자를 위한 AI 서비스 도입 등 기업은 빠른 속도로 AI를 업무에 통합해 생산성 증대를 꾀할 것으로 봤다. 또 “내년에는 기업 다섯 곳 중 네 곳이 생성형 AI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인구조사국 조사에서 직원 250명 이상 기업 중 업무에 AI를 도입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올해 10% 남짓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 내년에도 ‘트럼피즘’ 지속
미국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치른다. 통상 중간선거는 야당이 유리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 태도와 관세정책, 행정명령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여파 등으로 내년 세계 무역 증가율이 2% 미만에 그칠 것으로 봤다. 2024년과 2025년엔 2% 이상이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임기가 내년 5월 만료되는 것도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정치화는 금융시장 대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물이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금리를 내리면 미국 연방정부 부채 관련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 관세정책과 중국 경기 둔화로 원유, 가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치열해지는 강대국 경쟁
내년에는 세계 각국의 군비 지출이 더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군비 지출 확대에 따라 내년 세계 국방 지출이 2조9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1조달러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강대국 경쟁은 북극과 우주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 북극은 세계 교통의 요충지이자 자원의 보고로 그 가치가 급상승했다. 내년에는 해빙(解氷)이 확대돼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북극항로 중심으로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려고 하고, 미국은 북극항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알래스카 서부 놈 항구를 확장 중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중심의 우주 군사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미 우주군 예산 40% 증액을 추진했고 러시아는 우주 기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 영국 프랑스 등도 공격적으로 우주 작전을 확대 중이다.
미·중 분쟁의 한복판에 있는 반도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과정에서 오히려 반도체 자립도를 높였다. 내년에는 중국이 반도체 내수 수요의 상당 부분을 자국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
안상미/한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