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수도권 4선인 안철수 의원이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지도부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놓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 의원이 개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사과한 것이다.
안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시민의 삶은 작년 12월 3일을 계기로 완전히 무너졌다. 그를 회복시킬 의무가 있는 정치는, 여의도 안에서 온갖 혐오와 분노를 재생산하느라 바빴다"며 "이 점에 있어서는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안 의원은 "계엄 후 1년, 이제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정치를 말해야 한다. 내란, 반국가 세력, 배신자, 척결과 같은 언어보다는, 환율, 물가, 집값, 이자, 대출과 같은 평범한 국민의 삶을 나타내는 언어가 우리 정치에서 더 많이 언급돼야 한다"며 "국민의 하루와 함께하는 정치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도 민생의 무게를 나누어 짊어질 때 국민의 신뢰도 다시 세워질 것"이라며 "저 또한 그 책임을 잊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바로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1년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지도부 사과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회복을 위해선 분명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당 핵심 지지층의 반발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에 장동혁 대표도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의 한 지도부 행사에서 사과 요구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우리 국민의힘, 그동안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선 그동안의 발언보다는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지도부의 공식 사과가 없으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의원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적인 사과 메시지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배현진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을 "천박한 김건희의 남편"으로 언급하며 강도 높게 절연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계엄 사태에) 사과하라 외치는 분들(이 있다). 이미 사과하시지 않았나. 국민의힘에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민주당 이재명에게 사과를 촉구한 적 있냐"고 반대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6시간 계엄이었다"며 "그런데 이재명 정권은 1년 내내 내란 몰이 하고 있다. 제대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