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1~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전 세계 무역기술장벽(TBT) 건수는 지난해보다 4% 증가한 330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WTO 회원국들은 기술 표준이나 인증 등이 무역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TBT 협정을 맺었다. 회원국은 TBT 협정에 따라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및 인증 규정을 변경하면 WTO에 통보해야 한다. 국가별로 인증 절차 등을 강화하면서 TBT 신고 건수는 2020년 3352건에서 지난해 4337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해외 인증은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입장권’과 같다. 인증 비용은 제품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금속패널을 미국에 수출하려면 인증 비용만 7억원이 든다.
자동화 설비를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는 최대 1억원을 내야 한다. 현장에 장비를 설치한 후 받아야 하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 인증 획득에 필요한 비용이다. 이슬람 국가에 식품을 수출하려면 1000만~3000만원의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국내 중소 화장품 업체도 인증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 전선을 넓히고 있지만 해당 국가들이 인증 장벽을 높여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국이 강한 색조 화장품이 대표적 사례다. 색조 화장품은 다양한 색상이 경쟁력인데 색상을 추가할 때마다 개별 제품으로 간주돼 인증비를 따로 부담해야 한다. 건별로 추가 비용 1000만원이 발생해 색상 수나 수출국을 늘리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가까스로 각종 인증을 받고 난 뒤엔 매년 인증 유지에만 수천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국내 치과재료 중소기업 A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유지에만 연간 1만1400달러(약 1700만원)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ASML 등의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금속 외벽패널을 제조하는 광스틸은 인증 문제로 아직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곽인학 광스틸 대표는 “새로 수출하는 품목들은 관세보다 인증이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인증 때문에 실제 제품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고정비 수천만원이 들어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