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집중 매수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폭 덜어내는 등 국내 증시에서 이달 들어서만 12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빼냈다.
외인 집중 순매도…코스피는 역대 최대치 가까워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21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12조69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등을 합친 규모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12조2990억원어치 던졌다. 외국인의 기존 코스피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인 2020년 3월 12조5500억원 순매도와 불과 2500억여원 차이다. 이달 중 거래일이 5거래일 남은 만큼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기존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1일(7701억원), 13일(9989억원), 17일(5189억원), 20일(7406억원) 등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내내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21일엔 하루에만 2조8308억원어치를 던져 역대 최대 일일 순매도 기록을 다시 썼다. 기존 기록은 2021년 2월26일에 나온 2조8300억원이었다. 지난달 초 역대 최초로 하루에 2조원 이상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매도 집중…셀트리온 순매수했지만 규모 적어
이달들어 외국인은 양대 반도체주를 가장 많이 팔았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덜어낸 SK하이닉스는 7조837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2조11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산에너빌리티(7433억5634만원 순매도), KB금융(4499억6338만원 순매도), 한화오션(3743억7095만원 순매도) 등 그간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한 원자력·금융지주·조선주도 대거 덜어냈다.
순매수 상위권 종목의 순매수 규모도 전월대비 확 줄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순매수 1위였던 삼성전자를 18거래일 6조9862억원어치, 삼성전자 우선주는 1조22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이달들어 15거래일간은 '조 단위' 순매수 종목이 없다. 순매수 1위 종목인 셀트리온은 3142억원어치만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인 이수페타시스는 1865억원, LG씨엔에스는 1624억원, SK바이오팜은 1265억원어치를 담았다.
증권가 "외국인 매도세, 환율 압박도"
외국인 매도세는 환율 상승 압박도 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1470원대로 치솟았다. 지난 21일엔 1475원60전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70원대에 마감한 건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장중엔 1477원90전까지 뛰어 ‘7개월 만의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최근 원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는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는 89.09(2020년 기준 100)로 집계됐다.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경제 지표다.
최근 환율 상승세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세 영향이 크다는 게 금융 당국 등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7976억달러로 1158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를 의미하는 대외금융부채는 1조7414억달러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900억달러 증가했지만 자산 증가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분기 국제대차대조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라며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주식 매수가 늘어나며 대외금융부채도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대외금융자산 증가 폭이 더 커 해외로 나간 자금이 더 많은 만큼 수급 측면에서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금투업계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현재 흐름이 올 4분기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외국인 주식 매도에서 보듯 대외금융부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해외 투자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달러당 1500원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의견도 분분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