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통금박글리프는 자체 디자인한 제품 위에 전통 방식으로 수작업한 금박으로 한국의 멋을 더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전통 돌금박이라는 우리의 전통공예를 널리 알리고 전통 문양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전하는 것이 한국전통금박글리프의 방향성이다. 엄의정 대표(34)가 2024년 11월에 설립했다.
한국전통금박글리프가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은 전통 복주머니에서 모티브를 얻은 가방이다. 옛 복주머니에는 ‘수·복·강·녕’ 같은 글자를 자수나 금박으로 새겨 넣곤 했는데,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려 했다.
그래서 엄 대표는 학, 모란, 구름문 같은 전통 길상 문양을 스트라이프 패턴 속에 담아 디자인했고, 전통적인 모티브와 현대적인 패턴을 결합해,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여기에 전통 금박을 입힌 댕기를 키링으로 제작해 가방에 달아 세트로 완성했다. 복주머니 모양, 댕기, 매듭, 전통 금박과 문양 같은 요소들이 스트라이프 패턴과 키링이라는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디테일과 조화를 이루는 제품이다.
두 번째 제품은 전통금박 제비부리댕기 헤어핀이다. 말 그대로 기존 댕기와 달리 고정된 형태로 디자인하고, 헤어핀을 달아 댕기 착용의 불편을 해소하고 누구나 손쉽게 전통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하는 전통 문양을 직접 선택하면, 한국전통금박글리프가 전통금박으로 입혀주는 맞춤 제작도 가능하게 했다.
이 외에도 전통 금박 스카프, 넥타이처럼 일상에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고, 최근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한국전통금박글리프만의 전통의 멋을 알리기 위해 가격 부담이 적으면서 선택의 폭이 넓은 방향제나 팬시용품 같은 캐주얼 라인도 확장해 가고 있다.
“한국전통금박글리프의 경쟁력은 전통 금박을 브랜드 내부에서 직접 수작업한다는 점입니다. 트렌디한 디자인 위에 전통 문양을 금박으로 표현하는 브랜드는 우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차별화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금박을 보기는 했어도 실제로 어떻게 제작되는지는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은데, 제작 과정을 그대로 담은 영상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을 정도로 파급력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실용성이다. 전통 아이템이라고 하면 흔히 ‘불편하다’, ‘매일 쓰기엔 어렵다’는 인식을 떠올리는데 한국전통금박글리프는 가방, 헤어 액세서리, 스카프, 타이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에 전통 금박을 입히고 있다.
“유산을 일상으로라는 한국전통금박글리프의 브랜드 카피처럼 일상에 전통 금박이 가진 매력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통성과 현대적 실용성을 동시에 담아낸 것이 한국전통금박글리프만의 강점입니다.”
한국전통금박글리프는 온라인에서는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 같은 SNS 채널을 활용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신제품 홍보나 이벤트, 금박 제작 영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목적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엄 대표는 실제로 고객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니즈와 트렌드, 소비 성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그것이 제품 개발과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매장과 각종 행사 참여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사동의 매장 몇 곳에서 숍인숍 형태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한복 상점 같은 대형 행사에 참여해 직접 홍보와 판매를 진행했다.
또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자카르타 등 해외 전시와 다양한 기관들과의 협업·팝업 행사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은 ‘소통’, 오프라인은 ‘체험과 확산’에 초점을 맞춰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엄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아버지께서 거의 30년 동안 전통 금박을 이어오셨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건강 문제로 작업을 중단하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목도장과 재료들이 그대로 남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전통 금박을 이어가시는 장인분들이 이제 손에 꼽을 정도라, 이 기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컸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해 3년 정도 금박 기술을 직접 배우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개발해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초기 자금은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마련했고, 지금도 여러 지원 사업을 수행하며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브랜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우선은 자체 성장을 통해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 투자 유치 계획은 없지만, 장기적인 비전과 한국의 전통을 널리 알리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언제든 협력할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 후 엄 대표 “한국전통금박글리프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전통 금박의 아름다움과 전통 문양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그 목적이 잘 전해졌다고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직접 사연을 보내주실 때는 더 큰 힘이 되곤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한 고객은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니께 선물로 가방을 주문하셨을 때였습니다.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 문양을 요청해 주셔서, 저희도 더 정성껏 금박을 입혀 보내드렸습니다. 이후 후기를 보내주셨는데, 어머님께서 가방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옛날 생각이 난다, 참 예쁘다’ 하시며 직접 메고 외출하자고 했다고 했습니다. 치매 전에는 자주 한복을 입으셨던 기억이 떠오르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따님께서는 어머님의 밝은 웃음을 오랜만에 보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런 따뜻한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뭉클해지고,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더 잘해보고 싶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엄 대표는 “한국전통금박글리프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전통 금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는 전통 금박뿐 아니라 전통 문양을 활용한 홈 데코와 팬시용품 같은 캐주얼 라인, 그리고 제작 과정부터 전통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금박 라인을 함께 선보이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통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전통금박글리프가 증명하고 싶습니다. 한국 전통 금박의 아름다움이 전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해 나가겠습니다.”
한국전통금박글리프는 올해 순천대학교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뽑혔다. 초기창업패키지는 공고기준 당시 3년 미만의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지원 사업으로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주관기관으로부터 창업 공간, 창업기업 성장에 필요한 교육, 멘토링 등의 지원도 받는다.
설립일 : 2024년 11월
주요사업 : 한국 전통 금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운영
성과 : 2025 APEC_중소기업장관회의 대표 제품 5종 선정 및 전시, 2025 모델코리아 주관 단독 패션쇼 진행, 2025 서울시공공한옥역사가옥 필운장 ‘홍건익가옥’ 참여, 2025 한복상점 참여 (삼성동 코엑스), 2025 전통공예체험프로그램 ‘소일담소’ 개최 (삼성동), 2025 홈데코 카테고리 소품 런칭, 2025 인사동 전통디자인편집숍 – SHOP JINJJA입점, 2025 아이디어스 프리미엄 오프라인 편집숍 – 소담상회 입점, 2025 슬링스톤 브랜드 협업 및 화보촬영, 2025 의친왕기념사업회 굿즈 제작, 2025 앙드레김 브랜드 협업 및 화보 촬영, 2025 제21대 대통령선거 홍보영상 참여, 2025 한국의전통금박 도서 집필 (출간 예정)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