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대를 돌파하며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10월 초 1400원대에 진입한 이후 가파르게 올라 한 달 반 만에 15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4.5원 오른 1472.4원으로 출발했다가 오후 1시15분께 1469.2원까지 상승 폭을 축소했다. 그러나 마감 직전 급격히 오르며 1476.0원을 터치했다. 장중 최고가와 종가 기준 모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이슈가 불거졌던 지난 4월 9일(장중 1487.6원·종가 1484.1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과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8210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으로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엔·달러 환율은 157엔대로 올라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고환율 흐름의 핵심 원인으로 달러 강세보다 원화 자체의 약세를 더 무게 있게 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90.14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의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