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거품론' 속에 엔비디아가 다시 한번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내놓으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내 증시에선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재차 '6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60만원)를 돌파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고평가 논란에 SK하이닉스를 대거 팔고 있다.
20일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6% 오른 5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9% 뛴 61만2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17일 이후 다시 장중 60만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AI 거품론이 글로벌 증시에서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이날 뉴욕증시 장 마감 이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호실적을 내놓은 것이 투자자들을 안심케 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3분기 매출액 570억달러(83조원)를 기록해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자체 가이던스(전망치)와 시장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는 '깜짝실적'이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거래에서 5% 가까이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석 달 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3분기 매출 가이던스 상단을 550억달러로 제시했고, 시장전문가들도 가이던스 상단 수준을 예상했다. 실제 발표한 매출은 이보다 4%가량 높은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도 예상치(1.25달러)보다 높은 1.30달러를 기록하면 매출과 이익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건 4분기 전망치 발표였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액도 650억달러를 제시하면서 시장이 내다본 616억달러를 뛰어넘는 가이던스를 내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I 버블론을 염두에 둔 듯 콘퍼런스콜에서 "우리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용 그래픽카드(GPU)는 품절 상태"라며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에선 이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87만원으로 올린 보고서가 등장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심장인 HBM, 고용량 서버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AI 메모리 모든 분야에서 독과점적 공급 지위를 지속하며 사실상 적수가 없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73만원에서 8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49%가량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5.8배, 주가순자산비율(PBR) 2.2배인 SK하이닉스의 적정 시가총액은 633조원(주가 87만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PER 9배인 TSMC 시총 (2111조원)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내년 SK하이닉스가 99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한 12개월 선행 PBR 3배를 적용한 적정주가는 84만원 수준이다.
앞서 이달 초 SK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00만원, 메리츠증권은 91만원까지 각각 올렸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은 SK하이닉스 주가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가 60만원을 넘어선 지난 3일 이후 현재까지 7조1330억원가량의 매물을 던지면서 대거 이탈했다. 이 기간 순매도 종목 1위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순매도하는 대신 이 기간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수혜를 받는 바이오주(株)로 갈아탔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들은 SK하이닉스 주식 5조8000억원어치를 쓸어 담으면서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