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불법으로 ‘다이어트 약 처방 전문 병원’을 운영해 거액을 챙긴 사무장병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와 재택근무 확산이 맞물리면서 체중이 급격히 느는 이른바 ‘코로나 체중 증가’ 사례가 급증했다. 일당은 이를 악용해 비대면 진료를 내세운 불법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비대면 처방을 무기삼아 환자를 대량 유입시키며 추정조차 어려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의사·마케팅 업자 등 7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확찐자'가 돈된다…코로나 때 대박

이들은 2020년 2월부터 5년간 서울 강남구, 구로구, 중구 명동에서 3곳의 다이어트약 처방 전문병원을 운영하며 약사 및 제약회사 관계자들로부터 2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해당 병원 중 이미 폐업한 강남구 소재 병원을 제외한 두 곳은 여전히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기존 사례와 다르게 설계 과정에서 실제로 다이어트 전문 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의사가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이어트 병원 수익이 마케팅에서 좌우되는 점을 착안해 의료 전문 마케팅 업자들에게 먼저 범행을 제안한 것이다.
개설 투자와 사업 운영은 비의료인이 담당하고 의사들이 고용돼 처방 업무에만 참여하는 전형적인 '사무장 병원'구조다.
◆단속 피하려 비급여 약만 처방
일당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설 투자부터 운영 과정, 처방 단계까지 치밀하게 꾸며냈다.마케팅 업자 3명은 고용한 의사들과 허위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고 단순 투자금 명목으로 병원 운영비를 전달했다.
또한 비급여 항목인 다이어트약만 처방하면서 코로나 시기에는 비대면 진료·처방도 운영했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헬스장이 집단폐쇄하는 등 소위 '확찐자'가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당시 환자 기록을 찾지 못해 피해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다"며 "다이어트 약은 비급여 진료 항목이기 때문에 진료 기록이 남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비만학회 비만진료지침에 따르면 문진과 각종 검사 실시 후 적합한 처방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단계별’, ‘유지약’ 등 환자 상태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처방했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에게는 약 부작용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독점약 쓰는 조건 '리베이트 50%'
일당은 같은 건물 내 특정 약국들과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처방약 거래량의 50%를 리베이트로 수수하기도 했다. 별도로 제약사 도매상·약사로부터도 5억 원대 리베이트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경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16억3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하고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도매상 및 약사 등 7명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전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약사들을 처방하지 못했지만 약사법이 개정된 후 가능해졌다"며 "이번 사건을 약사까지 처벌한 최초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