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어떤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만큼 오래 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아버지이자 교사로서, 나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새로이 배워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대규모 주식 폭락이 시작된 ‘검은 화요일’이 닥치기 불과 3일 전, 1929년 10월 26일에 이 문장을 남겼다. 소킨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인공지능(AI)기술과 암호화 화폐에 대한 투자와 기대감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지금, 우리는 왜 1929년의 대공황의 악몽을 다시금 떠올려야만 하는가? 그때 그 비극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늘 그렇듯, 우리는 여러 경고음과 위험 신호가 있음에도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해버린다. 돈과 권력을 향한 탐욕 그리고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이 눈과 귀를 막는다. 상황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끝 모를 바닥을 향해 추락한다. 1929년 대폭락이 시작되기 직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1919년 제너럴 모터스(GM)가 자동차 구매 대출을 시작하며 ‘신용 대출 시장’이 열렸다. 사람들은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제품도 대출로 구매할 수 있는 신세계에 열광했고, 급기야 내셔널시티은행의 수장이었던 찰리 미첼(Charlie Mitchell)은 ‘1달러로 10달러를 벌 수 있는 시대’를 외치며 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마진 거래)을 허용했다. 오늘날의 스타벅스처럼 길모퉁이마다 증권사들이 생겨났고, 투자에 눈을 뜬 일반 대중들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돈을 빌려, 세상을 바꿀 신기술을 보유한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 주식에 투자했다. 1928년에만 주식 시장이 48% 상승할 정도로 시장은 통제 불능 상황이었다. “모두 부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이 거리에 나부꼈다. 하지만 정말 순식간에 ‘모두의 꿈’이 ‘모두의 붕괴’로 바뀌어버렸다.
<1929년>은 ‘부에 대한 탐욕’과 ‘위험한 낙관’에 이끌려 결국 꺼질 수밖에 없는 버블에 한껏 바람을 집어넣었던 여러 금융 권력자들과 정치인들의 행적을 추적한다. 생생한 스토리텔링과 자세한 캐릭터 묘사를 통해, 대공황 직전 투기적 행복에 취해 갈피를 잡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 머지않아 온 나라를 덮친 참혹한 재앙, 그리고 붕괴 이후의 아수라장을 소개한다. 600쪽에 육박하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을 만큼 몰입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