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패션·뷰티 상하이 집결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코스메카코리아는 중국법인 코스메카차이나의 연구개발(R&D) 거점을 저장성 핑후에서 상하이로 이전했다고 10일 밝혔다. 상하이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뷰티업체뿐 아니라 현지 인디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중국 화장품산업의 중심지다. 코스메카차이나는 상하이 연구소 개소를 계기로 본격적인 고객사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신제품 기획·개발뿐 아니라 현지 피부 타입·트렌드 분석, 임상 테스트,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인증 대응에도 나선다.최근 중국 현지 뷰티 브랜드 사이에선 ‘한국산이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려한 색감과 SNS 마케팅을 앞세운 ‘C뷰티’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유해 물질 검출 등 안전성 문제가 있다”며 “한국 ODM 업체에 제조를 맡기면 이런 품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코스맥스에 일감을 맡기는 중국 고객사도 늘고 있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법인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22% 늘어난 14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매출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자 코스맥스는 내년 상하이에 R&D·생산·마케팅 기능을 한데 합친 신사옥을 열기로 했다.
패션업체들도 중국 본토 진출의 관문인 상하이에 잇달아 매장을 내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무신사는 해외 첫 매장을 상하이 대표 패션 거리인 화이하이루에 열기로 했다. 럭셔리 쇼핑몰이 모여 있는 이곳에 다음달 단독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무신사는 이 매장에서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판매하고, 한국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도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라이선스를 취득해 K패션으로 리브랜딩한 마리떼프랑소와저버도 지난 7월 상하이 신천지에 1호점을 열었다. LF의 헤지스도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내년 1월 신톈디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로 했다. 중국에서 53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헤지스는 올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 APEC 이후 관계 개선 기대
최근 몇 년간 한국 소비재기업은 중국에서 부침을 겪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선 ‘한국 보이콧’이 벌어졌고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대기업은 ‘탈중국’을 위해 사업구조 전반을 손질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수출된 한국 화장품은 24억94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로, 3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한·중 해빙무드가 감돌자 한국 브랜드를 찾는 중국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 이후 관계 복원 기대도 커지고 있다.중국 도시 중에서도 외국인 수용도가 높고 젊은 층이 많은 상하이가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하이 정부도 한국을 포함한 해외 브랜드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상하이에 글로벌 매장을 처음 열면 100만위안(약 2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 내 소비심리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든 것도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