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기미 없는 美 셧다운…"출근용 차량 기름값도 없다"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40일을 넘겼지만 양당이 좀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CBS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셧다운 사태를 끝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토요일에 5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지만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다시 열릴 때까지 상원이 회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예정된 휴회기간도 취소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상원은 일요일인 9일에도 회의를 열어 셧다운 해법을 논의하고 표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오바마케어(ACA) 세액공제를 1년 연장하는 대가로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처리에 동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공화당은 이 제안을 즉각 거절했다. 슌 대표는 이 제안이 “가망 없는 일(nonstarter)”이라고 일축하면서 셧다운이 해제된 후에야 건강보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것이 보험사에 불공정한 “바이든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보험료 인상을 감추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리아니)는 정부 셧다운 해제와 별개로 의료체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반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필리버스터 제도를 없애는 ‘핵 옵션’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종결 투표 의결을 위해 60표가 필요한데, 현재 공화당 상원 의석 수는 53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민주당은 우리의 위대하고 기적 같은 경제를 파괴함으로써 이기고 있다”면서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라”고 적었다. 또 공화당 의원들에게 “오바마케어라는 형편 없는 의료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험사에게 수천억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국민에게 그 돈을 직접 주어야 한다”고 했다.

J D 밴스 부통령도 SNS에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일 때에는 필리버스터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상당했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의 100% 수용했던 공화당은 여전히 망설이는 분위기다. 필리버스터를 지금 없애면 추후 공화당이 소수당이 되었을 때 협상에 활용할 카드가 전부 없어질 수 있어서다.

셧다운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중단된 식품지원(SNAP)은 저소득층의 생존에 직접 연결된 프로그램이다. 앞서 하급법원들은 SNAP 금액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이 명령을 잠정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정부는 일단 군인과 경찰 등에 대한 급여는 지급하고 있지만, 해외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은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안젤로 차카리아 이탈리아 아비아노공군기지 노조 간부를 맡고 있는 안젤로 차카리아는 이 통신에 “근로자들이 대출금 상환, 자녀 양육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출근을 위한 연료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