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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첨단 기술 시대의 배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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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첨단 기술 시대의 배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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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맥 관리 SNS 링크트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마이크론 재직자를 검색하면 370여 명이 나온다. 링크트인 미가입자까지 더한 실제 숫자는 500명을 웃돌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 주요 공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5~10년 근무한 뒤 마이크론 명함을 판 엔지니어다. 주특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개발부터 VCT D램 등 차세대 제품 연구까지 메모리 전 분야를 아우른다.
    빼간 인력 활용해 韓 추격
    마이크론의 한국 엔지니어 빼가기는 시간이 갈수록 노골적이고 집요해지고 있다. ‘포섭 대상자’를 은밀하게 접촉하던 건 옛말이다. 이젠 “12월 중 서울에 있는 한 호텔에서 경력직 채용 행사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알린다. 10~20% 이상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건 기본이고, 채용 요건도 ‘초당 16기가비트(Gb)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 등 구체적이다.

    전문가를 영입한 덕분에 마이크론의 추격에 속도가 붙었다. 2년 전만 해도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마이크론은 올 들어 점유율이 20% 수준으로 올라섰다. ‘HBM 큰손’ 엔비디아도 고객 리스트에 올렸다.


    졸지에 ‘반도체 엔지니어 사관학교’가 된 한국 기업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쟁사 전직 금지 약정, 비밀 유지 서약서를 받는 것 외에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현실에서 대리나 과장급이 퇴사한 뒤 마이크론으로 옮겼는지 일일이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요즘 경쟁사들은 반도체 간판을 달지 않은 법인을 세운 뒤 채용하는 꼼수까지 쓴다고 한다.

    운 좋게 이직 사실을 파악해도 기술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 쉽지 않다. 문서 같은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핵심 기술은 엔지니어 머릿속에 있는 암묵지(暗默知) 형태로 존재하는 만큼 웬만하면 ‘증거 불충분’이다. 기술 유출 사건의 실형 선고 비율이 약 10%에 그치는 이유다.
    기술 유출 범죄에 강한 제재 필요
    기업들의 고민은 높은 연봉을 좇아 한국을 등지는 엔지니어에게 무작정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애국심을 강요할 순 없다는 데서 나온다. 그렇다고 애써 키운 엔지니어의 이탈과 반도체 기술 유출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재와 기술 유출을 막는 첫 번째 길은 한국을 ‘엔지니어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혁혁한 공을 세우면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는데 어떤 엔지니어가 마이크론으로 떠나겠는가. 미국처럼 저성과자를 쉽게 솎아낼 수 있는 노동 유연성만 확보되면 확실한 차등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술 유출에 채찍도 필요하다.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직업 선택의 자유만큼이나 반도체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기술 유출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국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최대 양형(징역 18년)은 미국(33년9개월)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 명의 비뚤어진 엔지니어가 저지른 기술 유출 피해가 대한민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하면 처벌 수위를 한참 더 높여야 한다고 산업계는 말한다. ‘국가 대항전’이 된 반도체 전쟁에서 아군의 기밀을 빼내 적군에 갖다 바친 이들에게 온정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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