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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송이 카네이션과 경계를 지우다...피나 바우쉬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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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송이 카네이션과 경계를 지우다...피나 바우쉬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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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나 바우쉬가 남긴 작품의 본질은 '무경계성'에 있습니다."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다니엘 지크하우스 예술감독은 서울 공연을 앞두고 지난 4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물고 두 장르의 요소를 융합한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 20세기 공연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1973년 부퍼탈 시립극장 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된 그는 단체명을 탄츠테아터 부퍼탈로 바꾸고 36년 동안 44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대표작 '카네이션'(Nelken)은 그런 바우쉬의 예술관을 집약한 작품이다. 1982년 초연 이후 세계 각지를 순회해온 이 작품은 9000송이의 카네이션이 무대를 뒤덮는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준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통제, 권력, 폭력,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다룬다. 무용수들은 꽃밭 위에서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억압받은 듯한 몸짓으로 움직인다. 구두를 신은 채 땅을 밟고, 경찰 제복을 입은 인물들이 등장해 질서와 권위를 상징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폭력과 복종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는 인간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며, 이는 곧 바우쉬가 평생 탐구해온 무경계의 주제인 자유와 억압, 사랑과 고통, 일상과 예술이 뒤섞이는 지점으로 귀결된다.




    무경계성은 바우쉬 예술세계를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단어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피나 바우쉬는 안무가이자 철학자로서 무용과 연극, 현실과 무대, 배우와 관객 사이의 경계를 해체했다"고 평한 바 있다. 독일 도이체벨레(DW)역시 "그의 무대는 움직임과 말, 감정과 사물의 경계를 녹여내며 인간 존재의 다층적인 진실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피나 바우쉬는 생전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보다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피나 바우쉬의 무용은 테크닉보단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무대에는 일상의 몸짓, 반복되는 동작, 그리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제스처가 함께 놓인다. 무용과 삶 사이의 경계를 없애려는 시도이자, 미학적 실험을 넘어 인간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1996년 탄츠테아터 부퍼탈에 입단한 김나영 리허설 디렉터는 2000년 서울 초연 무대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한국에서 배웠던 춤은 모나지 않게, 규범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집중했지만, 바우쉬는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했다"며 그 말이 본인의 무용관을 뒤흔들었다고 고백했다. 김나영의 말처럼 바우쉬는 무용수의 나이, 체형, 성별, 문화적 배경에 경계를 두지 않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국의 현대무용가 안은미와도 유사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피나 바우쉬는 한국에서 '카네이션'을 초연할 때 인연을 맺었던 안은미와 진한 우정을 나눴다.




    이번 무대에는 1980년대부터 활동한 베테랑 무용수 두 명(안드레이 베진, 아이다 바이네리)과 2019년 이후 합류한 젊은 무용수들이 함께 오른다. 리허설 디렉터 에드워드 폴 마르티네스는 "피나 바우쉬의 유산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도 있지만, 세대를 넘어 작품이 계승되는 과정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25년 만에 귀환하는 '카네이션'은 서울 공연을 마친 뒤, 14~15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이 서울 외 지역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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