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 '펜타원'. 이날 이곳에선 어디서도 보지 못한 기묘한 굿판이 벌어졌다. 달마시안을 연상시키는 패턴의 한복을 입은 여인은 정가의 명창 강권순. 흐느끼는 듯 몸의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낸 그의 긴 호흡은 점점 더 리듬감을 더해가는 EDM 음악과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그의 옆에선 분홍빛 의상에 하트 모양 머리 장식을 더한 현대무용가 김혜경이 절제되면서도 우아한 춤사위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5=1굿'이라는 제목을 건 이날 공연은 펜타원에 새롭게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오각' 내 갤러리 '오각 선'의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현대무용의 대모' 안은미가 특별히 제작했다. '오각 선'의 운영을 맡은 에이트스페이스 박혜경 대표와의 인연으로 새로운 문화공간의 안녕과 번창을 기리는 자리를 화려하게 수놓은 것이다.

공연 초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안은미는 '오각 선'이 자리한 지하 1층에서 흰색 조명의 후광을 받으며 나타났다. 그의 마스코트인 민머리에 빨강과 파랑 꽃이 장식된 머리띠를 쓴 채로.
평소 제일 좋아한다는 핑크색 의상을 입은 안은미는 다리를 힘껏 벌린 공간 사이로 형형색색의 풍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풍선이 연달아 쏟아져 나오는 광경은 마치 한 생명체가 알을 낳는 순간 같았다. 안은미는 공연이 끝난 뒤 "오늘의 키워드는 '알까기'였다"며 "새로운 공간의 탄생과 생명, 운동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김혜경을 비롯한 안은미컴퍼니 소속 무용수들 역시 신들린 듯 풍선을 손에 들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선이 가득 차오르자 안은미는 풍선을 관객들에게 직접 전하며 무대를 축제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흰 풍선은 소원의 매개체인 달이 되고, 갤러리 입구에 붙인 빨간 풍선은 부적이 됐다.

절정은 킬힐을 신은 안은미가 풍선을 밟는 장면이었다. 본래 무당이 악귀를 쫓고 액운을 막기 위해 맨발로 날 선 작두 위에서 춤추는 의식이 있다면, 이날의 안은미는 투명한 킬힐로 풍선을 빵빵 터뜨리며 관객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 인근 자코모섬에서 '핑키핑키 굿'을 펼친 안은미가 무당으로 다시 강림한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소리꾼 정은혜와 동해안별신굿 전승교육사 박범태도 함께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정식으로 문을 연 '오각 선'에서는 내년 1월 31일까지 개관전 '오각가도'가 이어진다. 김환기, 윤형근, 박서보 등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허세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