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4일 총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협조를 당부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두고 "선거용 현금 살포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오늘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시대를 여는 첫 예산'이라 자화자찬했지만, 728조원짜리 '슈퍼 예산'의 실체는 AI 예산이 아니라 '빚잔치 예산', 민생 예산이 아니라 '선거용 현금 살포 예산'이다. 한마디로 '말 잔치·빚잔치·표 잔치'로 뒤덮였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가채무는 내년 1400조원을 넘어서고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110조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확장 재정'이라는 미명 아래 빚으로 생색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재원 마련은 대체 어디서 하나. 미래 산업을 위한 투자라 포장했지만, 실상은 미래세대의 주머니를 터는 부채 폭탄 예산일 뿐"이라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예산 곳곳엔 지방 선거용 현금 살포가 숨어 있다. 지역화폐 등 온갖 현금성 사업이 줄줄이 등장했다.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표 계산'이 깔린 전형적인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집행의 효율성도, 책임 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을 말했지만 불과 하루 전 이재명 정권의 특검은 제1야당 전 원내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여당 대표는 '정당 해산'을 입에 올리고, 특검은 정권의 각본대로 '칼춤'을 추고 있는데, 대통령은 '통합'을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 곳간은 텅 비어가는데, 정권은 미래세대의 지갑을 털어 정권 연장의 불씨로 삼고 있다. 국가 재정은 정권의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끝까지 예산 낭비를 막고 미래세대의 재정안전망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고 명명하며 총 728조원 규모의 예산안 협조를 당부했다. 예산안이 700조원을 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등 국가 경제 성장 정책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편성됐다. 국민의힘은 추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하며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