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급등한 집값을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불어난 가계빚이 이미 침체된 가계소비를 다시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는 2325조898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 대비 34조1220억원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작년 상반기(13조8300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자금순환표상 가계부채는 국제 비교 기준에 맞춰 산출된 수치로, 일반 가계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와 민간 비영리단체까지 포함된다.
규모뿐 아니라 비율도 오름세로 전환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 89.7%로 전분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비율이 오른 것은 2021년 3분기 이후 약 4년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은 올 1월 1조7000억원 증가한 뒤 2월 3조3000억원, 3월 2조5000억원, 4월 3조7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등 매달 확대됐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높아진 가계부채 비율은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계가 이자 부담에 지갑을 닫는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두드러졌지만 기업부채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이어갔다. 올 2분기 기업부채는 작년 말보다 43조4673억원 불어난 2871조872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0.8%로 전분기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부채 비율은 2023년 3분기 114.6%를 기록한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합친 민간부채는 총 5197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77조59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비율은 200.5% 전분기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4분기(209%)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