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폐자원에서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재자원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한다. 재자원화 기업들이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 들여오는 폐자원에 대해서는 수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별도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일본·중국 등 경쟁국들이 폐자원을 선점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제6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구 부총리는 “희토류부터 핵심광물까지 자립형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곧 산업주권을 지키는 길”이라며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자원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재자원화는 폐촉매, 폐인쇄회로기판(PCB), 폐배터리 등 각종 폐기물에 함유된 금속광물을 추출해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도시에서 광물을 캔다는 의미로 천연광산과 대비해 ‘도시광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엔 중국이 희토류, 갈륨 등 수출통제 품목을 계속 확대하면서 "재자원화를 통해 국내 자원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민관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기재부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내놓은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에는 △할당관세 등 세제 지원 △수입 규제 완화 △클러스터 실증 등이 담겼다. 일정량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는 할당관세 대상에 ‘공급망 안정화’ 분야를 포함해 폐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 미국, 유럽연합(EU)에서는 주요 폐자원에 대부분 0%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에 필수적인 재자원화 기술은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이나 신성장원천기술로 포함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계획도 밝혔다. 폐자원을 수입할 때 유역환경청에 신고만 하면 되도록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해성이 낮은 원료는 인허가 유효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기업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의 주요 폐자원 수입처인 동남아 국가들과는 ‘바젤협약’(국가 간 폐기물 이동에 관한 글로벌 규제) 완화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배터리(포항)·반도체(구미) 등 기존 자원순환 클러스터에 재자원화 실증 기능을 추해 원료-소재-제품 전주기를 연결하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입주기업에는 △재자원화 시설·장비 △원료·제품 인증 분석 △실증·사업화 등 '패키지 지원'을 제공해 재자원화 선도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재자원화 산업의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민관합동 ‘핵심광물 투자협의회’도 신설된다.
해당 협의회를 통해 유망한 재자원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활용해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 지원을 병행한다. 주요 폐자원의 수급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조기경보시스템(EWS)도 구축한다. 전국 6곳에 폐자원 비축시설을 마련해 민간 기업들의 보관 공간을 지원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