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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을 앞두고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인공지능(AI) 버블 논란, 높은 밸류에이션 우려, 실물 경제 둔화 위험 등으로 AI가 주도하는 증시 상승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는데요.

여기에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 '매파적 인하'와 메타의 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증시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세장이 지속된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이미 많이 오른 것 같은 주식을 사도 되는지에 대한 망설임까지 가지각색의 고민들입니다.

금리 인하 사이클 탈선?
사실 Fed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FOMC) 결과만 놓고 보면 시장의 예상대로였습니다. Fed는 9월에 이어 금리를 다시 한 번 0.25%포인트 내렸고,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QT) 절차도 오는 12월 1일부터 끝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초단기 자금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Fed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는 대신 12월로 QT 종료를 미뤘다는 아쉬움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한 이유입니다.둘째, 시장이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던 12월 금리 인하에 대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며 기대를 후퇴시켰다는 점입니다. '플러스 알파'를 원했던 시장의 과잉 낙관론이 힘을 약간 잃은 것이지요.

파월 의장은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중앙은행답지 않게 단호한 톤을 써가며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Fed 내 의견 분열이 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0.25%포인트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FOMC에선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과 0.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양방향 반대 의견'이 6년 만에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실물 경제에서도 주식 시장에서도 K자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미국 경제가 정말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엔 AI 투자 붐과 증시 랠리, 견조해보이는 소비가 있습니다. 반대편엔 오락가락하는 무역 정책과 이민 감소, 아직 높은 금리 등으로 신음하는 중소기업과 둔화하는 고용시장이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연방 정부의 셧다운이 더 길어져서 12월 FOMC 전까지도 경제 지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일단 (금리 인하를) 잠시 중단하자는 의견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증시에 가장 긍정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이 탈선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선 Fed가 결국 12월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도이치방크 등은 Fed가 결국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둔화 위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12월 인하가 기본 시나리오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날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은 건 생각이 다른 FOMC 위원들의 우려를 대변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스티븐 블리츠 TS롬바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증가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제가 정말 좋다면 임금 상승률이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노동 수요 자체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설의 투자자도 "AI 버블? 모른다, 하지만"
물론 고용이 줄고 경기가 식어서 금리를 내려야 하는 거라면 위험자산 투자자들에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Fed의 지속적 금리 인하와 전 세계 정부들의 '돈 풀기' 경쟁,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 그리고 AI 투자 붐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어느 쪽이 맞을지,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 뿐입니다.이럴 때일 수록 투자의 기본과 원칙을 되새기기 위해 피터 린치 피델리티 부회장의 최근 인터뷰를 정리해 봤습니다. 1977~1990년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다 돌연 은퇴한 그는 1981년 경기침체, 1987년 블랙먼데이 등 수 차례의 약세장에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달성한 전설적인 투자자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다면 월가 펀드매니저보다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의 대중화를 독려한 인물이자, 10배 수익률을 올리는 대박 종목 '텐배거'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런 린치 부회장은 지난 10월 3일 더컴파운드 채널과 약 2년 만에 공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AI 투자 붐이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나는 AI 주식이 하나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8개월 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를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몰랐고, 컴퓨터로 할 줄 아는 게 없을 만큼 테크에 대해선 가장 어두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잘 아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아마존 등은 정말 위대한 기업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싸보이는' 주식에 투자하는 부담
지금처럼 증시가 고평가된 것처럼 보일 때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지금 S&P 500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22배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린치 부회장은 개별 주식의 품질과 성장성이 높은 멀티플을 정당화하는지 여부가 결국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비싸보인다'는 건 결정 변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월마트의 사례를 들었는데요. 월마트는 상장 후 10년 만에 주가가 10배로 뛰었지만 린치 부회장은 그도 늦었다고 생각지 않고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미 주가가 10배로 뛰었을 때도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18%에 불과해 더 성장할 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 이후 월마트 주가는 수십배 더 뛰었습니다. 그는 "(투자의) '첫 이닝'을 놓쳤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성장 스토리가 납득되면 매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맥도날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두가 "맥도날드는 이제 끝났다"고 했을 때 린치는 유럽 시장에서의 유망성을 보고 투자해 또 한 번 '텐배거'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맥도날드가 끝났다고 말했던 사람들은 성장의 아이디어가 실행되고 있다는 팩트가 눈앞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결국 오를 만큼 올랐으니 더는 안 오를 것이란 생각은 틀렸다는 게 린치 부회장의 메시지입니다. 물론 반대로 투자를 결정하게 만든 회사의 스토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내릴 만큼 내렸다고, 혹은 헐값이라고 사는 것 역시 틀린 투자가 될 겁니다.
시장 조정에 대한 걱정에 대응하는 법
시장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과거 "주식 시장 조정에 대비하거나 예측하려고 노력하다가 잃은 돈이 실제 조정으로 인해서 잃은 돈보다 훨씬 많다"고 했던 린치 부회장은 이번에도 "사람들은 항상 시장이 하락할 것을 걱정하지만, 경기 침체와 시장 하락은 늘 발생한다"고 담담히 말합니다.그는 "펀드를 운용하는 13년 동안 하락장이 10번은 있었고, 나는 그때마다 시장보다 더 많이 잃었다"면서도 "그럼에도 결국 코스트코나 월마트, 엔비디아 같은 승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실수를 상쇄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좋은 주식을 고르고 잘 보유하고 있는 게 시장을 예측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있는 사실들, 즉 기업의 부채 규모가 어떤지, 고용이 어떤지, 중고차 가격은 어떤지 등에 집중하면서 주식을 살 뿐"이라고 말합니다.
대신 자신의 위험 감수 능력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가령 "2년 안에 대학을 가야 할 자녀가 있다면 (리스크가 큰)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거죠. 지금 가격이 비싼지 싼지, 앞으로 주가가 내릴지 오를지 예측하려는 것보다 내가 감수하려는 위험과 보상의 비율이 맞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는 조언입니다.
다만 린치 부회장은 이제 국가 경제의 시스템상 큰 경기 침체가 반복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에 지나치게 증시 조정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1982년 이후 미국 경제는 11번의 경기 침체·하강을 겪었지만 한 번도 GDP가 5~6% 이상 감소한 적은 없었다"며 "사회 보장 제도, 실업보험, 증권거래위원회(SEC), 개인퇴직연금 등 다양한 사회적 쿠션 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공황에 빠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믿고 일시적인 침체나 하락장에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 셈입니다.
"내가 산 주식을 제대로 알라"
증시가 내릴 때 공포에 빠지지 않으려면 린치가 강조한 기본, "내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린치 부회장은 "내가 이 주식을 왜 샀는지 11살 아이한테 1~2분 안에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개별 주식이 아닌 펀드를 사야 한다"면서 "확신이 없으면 (좋은 기업의 주식도) 주가가 하락하면 공포에 질려 팔게 된다. 이는 꽃을 자르고 잡초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또 자신은 화려한(glamour) 주식보단 구제 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는 회사를 가장 좋아한다면서 "최고가보단 신저가를 찍은 주식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고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이 안 좋아보이는 회사라도 2~3년 후에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요인이 세 가지 있다면 당장 사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원칙을 지키려면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해 스스로 철저히 공부하고 잘 알아야겠지요. 자신만의 투자 논리가 있어야 지금 당장의 가격과 밸류에 흔들리지 않고 매수 매도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혼란하고 미래가 불확실할 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답일 수 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