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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전 위협하는 ‘원산지 세탁’...AI로 잡는다 [이석문의 관세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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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전 위협하는 ‘원산지 세탁’...AI로 잡는다 [이석문의 관세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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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초 공공조달 시장에 충격적인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저가 중국산 의류 30만 점(186억원 상당)을 국산인 것처럼 속여 19개 공공기관에 납품한 업체가 적발된 것이다. 이어 2024년 4월에는 중국산 소방용 랜턴 3784개(11억원 상당)를 원산지 표시를 훼손하여 국산으로 둔갑시킨 업체가 전국 소방서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마저 속여 넘긴 이 사건들은 공공조달 계약의 근간인 ‘신뢰’를 심각하게 무너뜨렸다.
    공공조달 시장을 뒤흔든 국산 둔갑 사건들

    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한 장갑과 소방 가방 등 18억원어치를 국내산으로 속인 뒤 경찰청과 소방청 등에 납품하고 30억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들에게 2025년 1월 검찰이 사기죄를 추가 적용하여 구속기소하였다. 과거에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이제 원산지 위반은 부정당업자 지정으로 공공조달 시장에서 영구 퇴출될 수 있는,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심각한 리스크가 된 것이다.

    공공조달 원산지 문제는 수입물품의 원산지 표시와 검증을 담당하는 관세청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특히 외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조달시장에 부정 납품하는 행위는 대외무역법을 위반하는 관세 범죄로서 관세청이 직접 단속하고 처벌하는 사안이다.

    구조적 허점을 파고든 계산된 범죄

    원산지 세탁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제도적 허점과 경제적 유인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악용 대상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지정 품목에 대해 국내 직접 생산 중소기업 제품만 구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24년 기준 29.3조원 규모로 전체 공공조달의 약 13%를 차지한다.


    비양심적 업체들은 이 보호막 뒤에서 저가로 수입한 외국산 완제품의 원산지 라벨만 교체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폭리를 취한다. 중국산 방역작업용 보호복의 수입원가가 개당 1~1.7달러인데 조달 납품가는 3500원이다.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과정이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품목일수록 투입 비용 대비 부당 이익이 월등히 높아 ‘계산된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제도 악용을 넘어선다. 낮은 품질의 제품이 공공기관에 납품되어 국민 세금 낭비와 공공서비스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성실하게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중소기업의 조달 기회와 근로자의 일자리까지 빼앗는다는 점이다. 정직한 국내 제조업체는 저가 경쟁에서 밀려나고 부정한 업체가 시장을 잠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3각 공조, 예방-탐지-제재 시스템의 진화

    정부는 관세청, 조달청, 대한상공회의소의 3각 편대를 구축하고 ‘예방-탐지-제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먼저 2023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국내산 원산지증명서’ 발급이 시작됐다. 대외무역법 개정(2022년 6월)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기존에는 수출용 물품에만 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됐으나 이제 내수·조달시장용 국내산 제품도 증명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산 물품이 HS 6단위가 변경되면 국내 발생 부가가치가 51% 이상, HS 6단위가 변경되지 않으면 85% 이상이어야 한국산으로 인정된다. 단순가공이 아닌 실질적인 국내 제조공정이 필요하다. 조달청은 이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3년 3월 조달청-관세청 업무협약(MOU)에 따라 관세청의 수입통관 자료와 조달청의 공공조달 계약 자료가 시스템적으로 연계됐다. AI 기반 위험 선별 시스템을 활용해 ‘국산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외국산 원료를 비정상적으로 대량 수입하는 행위’ 등 위반 징후를 빅데이터로 포착한다.

    2025년 9월 8일부터 10월 24일까지 관세청은 조달청과 협력해 공공조달 원산지 위반행위 합동 기획단속에 착수했다. 최근 5년 조달계약 3025개 품목, 1만8873개 업체 자료를 분석해 고위험 업체를 선별하고 제조공정 확인과 현품 검사를 통해 외국산 국산 둔갑 행위를 뿌리 뽑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제재 또한 강화되어 적발 시 최대 3억원의 과징금은 물론 부정당업자 지정으로 최대 2년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받는다. 공공조달에 의존하는 기업에 이는 사업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제재다. 형사 처벌 (징역 최대 5년, 벌금 최대 1억원)로도 이어져 기업 이미지와 대표의 신용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는다.

    경영진이 알아야 할 예방적 리스크 관리

    원산지 세탁은 더 이상 ‘재수 없으면 걸리는’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진의 책임이 따르는 심각한 법적 리스크이기에 다음과 같이 관리해야 한다.

    첫째, 국내산 원산지증명서 활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공공조달 납품 제품은 반드시 대한상공회의소 등 공인기관을 통해 ‘국내산 원산지증명서’를 징구하여 원산지 적정성을 사전에 입증해야 한다.


    둘째,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해야 한다. 원재료 수입부터 최종 납품까지 모든 공정에서 원산지 검증 및 관리 책임자를 지정하고 원산지 기록을 철저히 보관해야 한다.

    셋째, 부품 원산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완제품뿐 아니라 주요 부품의 원산지까지 명확하게 표시하고 하청업체 또는 협력업체의 원산지 관리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내부 감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신뢰가 곧 생존이다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신뢰는 곧 생존이다. AI와 빅데이터로 무장한 관세청-조달청의 감시망은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경영진은 원산지 세탁의 위험성을 ‘잠재적 손실’이 아닌 ‘기업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적 리스크’로 인지해야 한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원산지를 세탁하는 순간 기업은 공공조달 시장에서 영구 퇴출되고 형사 처벌을 받으며 사회적 신뢰를 잃는다. 반면 투명한 원산지 관리와 성실한 국내 생산으로 쌓은 신뢰는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선제적인 투명성 확보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다. 공공조달 시장은 이제 신뢰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석문 관세무역전략연구원 원장(전 서울세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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