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는 치아가 고르지 않거나 턱의 크기·위치에 문제가 있는 초·중·고생이 주로 교정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교정 치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나이가 들어 뒤늦게 교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정 치료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얼굴의 심미적 개선. 둘째, 기능적으로 음식을 잘 씹기 위함. 셋째,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다. 중장년층의 교정은 심미적 이유도 있지만 핵심 목적은 치아 건강의 회복과 유지에 있다. 물론 치료 과정에서 심미적 효과도 동반된다.
치열은 나이가 들수록 마모를 보상하려는 힘 때문에 앞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앞니가 점차 돌출되고 겹치며, 위아래 치아가 닿는 높이(교합고경)가 줄어 씹는 효율이 떨어지고 턱선이 사각형처럼 변하기도 한다. 교정은 이러한 변화를 원래의 기능적·심미적 상태에 가깝게 되돌려 치아 배열을 가지런히 하고 저하된 저작근의 기능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중장년층에서 흔한 또 다른 상황은 치아 상실 후 임플란트나 보철 치료를 미루는 경우다. 시간이 지나면 빈 공간 쪽으로 앞뒤 치아가 기울어져 공간이 좁아지거나 아예 사라지며 이로 인해 한쪽으로만 씹는 편측 저작 습관이 생긴다. 이런 경우 정상적인 교합을 회복하고 보철을 위한 적정 공간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교정이 필요하다.
치아는 발치 직후부터 이동이 시작된다. 따라서 발치 후에는 즉시 임플란트나 브리지 등 보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임시의치를 착용해 치아 이동을 막아야 한다. 심한 경우 한 달 사이에도 치아가 움직여 인접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음식물이 더 잘 끼게 된다. 공간이 조금 줄어든 정도라면 브리지 크라운으로 보완이 가능할 때도 있으나 이상적인 섭식 기능을 위해서는 교정으로 치아를 적정 위치로 먼저 이동시킨 뒤 보철을 시행하는 편이 음식물 저류를 줄이고 주변 치아의 장기적 건강에도 유리하다.
가장 먼저 나는 어금니(제1대구치)를 상실했을 때는 반대측 혹은 대합치인 위의 제2대구치가 기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앞쪽 치아들을 묶어 ‘벽’을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뒤쪽 치아를 밀어 세우거나 마지막 치아 뒤쪽 치조골에 소형 미니스크루(고정원)를 식립해 고무줄을 걸어 치아를 직립시키는 방식으로 교정한다.
중장년층 교정의 또 다른 이유는 치주 문제에 따른 치열 변화다. 잇몸이 약해지면 위 앞니는 앞으로 벌어지고 아래 앞니는 점점 모이면서 겹쳐져 칫솔만으로는 위생 관리가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 일부만 교정해서는 장기적 안정성을 얻기 힘들다. 치아 전체의 교합을 재설계해 고르게 힘을 분산시키면 기능과 심미를 동시에 개선하고 치아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
벌어진 위 앞니는 모아주고, 겹쳐진 아래 앞니는 공간을 열어 겹침을 해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정력이 정교하지 않으면 치아가 흔들리거나 잇몸 퇴축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전문 교정치과의사의 세심한 진단과 치료계획이 필수다.
잇몸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교정과 치주 치료를 병행하면 오히려 구강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 스케일링과 치면 세마 등 전문적인 치주 관리(치료 전·중·후)를 철저히 진행하면 청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구강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뚤어진 치열은 치태·치석이 잘 끼게 해 염증을 유발한다. 중장년층에서의 교정은 치열을 가지런히 해 잇몸 건강을 회복하고 치아를 보존하는 동시에 심미적 만족도까지 높여주는 꼭 필요한 치료 과정이다. 나이는 교정의 절대적 제한이 아니다. 현재의 치주·치아 상태를 정확히 평가해 적절한 계획을 세운다면 50~60대에도 기능과 미소를 동시에 되찾을 수 있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