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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뒤를 이을 차기 의장 후보군 명단을 다섯 명으로 추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Fed에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온 만큼 차기 의장 후보는 모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으로 채워졌다.
◇“두 ‘케빈’이 유력” 전망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차기 Fed 의장 후보군을 공개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미셸 보먼 Fed 이사(은행 감독 부의장 겸임), 릭 라이더 블랙록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다섯 명이다. 베선트 장관은 다음달 이들을 상대로 2차 면접을 한 뒤 추수감사절(11월 27일)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보 명단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 전에 후보자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외신은 후보 다섯 명 중 해싯 위원장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해싯 위원장, 워시 전 이사가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고, 액시오스는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 자료를 인용해 해싯 위원장이 차기 의장 후보로 유력하다는 전망이 36%로 가장 우세하다고 전했다. 이어 월러 이사(23%), 워시 전 이사(16%), 라이더 CIO(9%), 보먼 이사(3%) 순이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경제 참모다. 1기 때는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맡았고 지난 1월 NEC 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주도하며 그의 입장을 대변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사이에는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사모펀드에서 수석경제고문으로 근무했다. 올해 초에는 Fed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이 백악관 신호를 따르지 않는다는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며 “이 점에서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케빈인 워시 전 이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Fed 이사로 재직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월가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Fed 대응에 핵심 역할을 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파월 의장과 함께 Fed 의장 후보로 거론됐다.
워시 전 이사는 전통적 매파 인사로, 인플레이션 통제를 중시하고 Fed의 대규모 양적 완화를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Fed가 보유 자산을 과감히 축소하면 금리 인하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금리 인하에 개방적인 태도로 전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비둘기파 후보군 다수
나머지 후보는 확실한 비둘기파적 견해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현직 Fed 이사 중 친(親)트럼프 계열인 월러 이사와 보먼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지명한 인사다. 이들은 7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반대 의견을 던지며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라이더 CIO 역시 Fed의 ‘빅컷’을 요구했다. 9월 CNBC 인터뷰에서 그는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Fed는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베선트 장관이 실시한 의장직 인터뷰에서 베선트 장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라이더 CIO는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모두에 정통하며 대규모 인력을 관리한 경력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속단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은 (Fed 이사) 후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베선트 장관 측근 인사들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후보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베선트 장관이 결국 부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시점보다 너무 일찍 차기 의장을 지명하면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백악관은 Fed 의장 임기 만료 3~4개월 전에 차기 의장을 발표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대로 연말에 조기 발표하면 새 Fed 의장 성향에 따라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WSJ는 “후임자가 현직 의장 및 이사회와 견해차를 드러내거나 반대로 Fed 결정을 옹호하다가 대통령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고 짚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