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보이스피싱 조직원 45명이 93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경찰청은 28일 “해외 원정 피싱 조직에 대한 조사 결과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로맨스 스캠·투자 리딩방·전화금융사기·노쇼 사기 등으로 피해자 110명에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은 앞서 지난 20일 45명 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45명은 남성 42명, 여성 3명으로 20대가 25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17명, 40대 3명 등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는 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부건’으로 불린 총책이 조직한 범죄집단에 속해 캄보디아 프놈펜과 태국 방콕을 거점으로 활동했다. 조직은 총책 아래 실장·팀장·팀원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CS, 로맨스 스캠, 전화금융사기, 코인 투자 리딩, 대리구매(노쇼) 등 5개 팀으로 나눠 운영했다. 전체 조직원 100명으로 추산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범행 수법은 정교했다. 이들은 2인 1조로 합숙하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조건만남 매니저’나 ‘검사·택배기사’ 등을 사칭해 금품을 가로챘다. 로맨스 스캠으로만 26억원, 전화금융사기로 59억원, 가상화폐 리딩방 사기로 4억원, 노쇼 사기로 1억7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는 ‘월드코인 정식 텔레그램방’에 속아 투자금을 잃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지난 7월 현지 단속을 피해 숙소를 옮겼으나, 캄보디아 경찰에 체포돼 송환됐다. 이 중 2명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이었다. 피의자 대부분은 “스스로 가담했다”고 진술했고, 일부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해당 조직의 총책과 해외 잠적 인원을 추적해 캄보디아 등 해외 피싱 거점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며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을 경우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성=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