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적한 바다 휴양지로 꼽히던 시아누크빌은 지난 10여 년간 막대한 중국 자본이 흘러들면서 동네 구석구석까지 고층 빌딩이 들어설 만큼 상전벽해를 이뤘다. 중국은 군사 협력 도시로 시아누크빌을 선택하고 자국 해군기지를 설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최근 한국인 등 외국인 납치·감금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중국계 범죄 조직의 근거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군용기 윈-20(Y-20) 6기는 로켓, 포탄, 박격포탄 등 각종 무기를 싣고 시아누크빌로 향했다. 캄보디아와 태국이 태국 북동부 남위안 국경지대에서 소규모 교전을 벌인 직후였다.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숨지는 등 양측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Y-20이 싣고 온 중국산 무기는 42개 컨테이너에 포장돼 시아누크빌 리암 해군기지에 보관돼 있었다. 이후 수백㎞ 떨어진 태국 접경지대로 옮겨졌다. 캄보디아는 태국과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이 무기들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양측은 민간인과 군인 등 35명이 숨지고 난 뒤 7월 말 휴전했다. 군사력이 약한 캄보디아가 태국을 공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측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미·중 간 균형외교 전략인 ‘대나무 외교’를 펼치는 태국을 견제하기 위해 캄보디아를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
시아누크빌은 중국 측이 비밀리에 해군기지를 구축했다고 의심을 받는 장소다. 시아누크빌 남서부에 있는 리암 해군기지는 2022년 6월 중국 측 원조를 받아 확장 공사를 시작해 지금은 항공모함까지 기항할 수 있는 규모가 됐다. 명분은 “캄보디아 해군의 현대화를 지원한다”는 것이었으나 이곳엔 중국만 접근할 수 있는 정비시설 등도 건설됐다. 사실상 중국의 해외 군사거점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캄보디아는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 이후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안보에서도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측 도움 없이는 이번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캄보디아 범죄 네트워크를 해결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국의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이 초국가적 범죄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김영리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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