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자사 신약 ‘페니트리움’의 자가면역질환 전임상 중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나의 기전으로 전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암학회 ‘AACR-NCI-EORTC 2025’에서 류마티스 관절염·다발성 경화증·건선·크론병 등 4대 질환을 대상으로 한 페니트리움의 전임상 중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개한 류마티스 관절염 및 다발성 경화증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건선과 크론병까지 4대 자가면역질환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페니트리움은 장 속 편충 등을 없애기 위해 쓰는 기생충약인 니클로사마이드의 체내 흡수율을 높인 약물이다. 세포의 면역반응을 억제하지 않고 세포외기질(ECM)과 조직미세환경(TME)의 병리적 경직을 복원해 세포와 면역체계가 본래의 질서를 회복하도록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 결과 4대 질환에서 모두 동일 용량과 동일 투약법으로 일관된 효능이 재현됐다. 연구결과 건선에서는 피부병변 중증도(PASI)가 33.6% 줄어들고, 표준치료제 ‘메소트렉사트’를 병용할 경우엔 메소트렉사트 단독투여군 대비 1.66배 효능을 보였다. 크론병에서는 질병 활성도(DAI)가 47.0% 줄어들었고, 표준치료제인 ‘프레드니솔론과’ 병용할 땐 단독투여군 대비 2.13배 개선됐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표준치료제 메소트렉사트와 병용할 때 투약 9일 후 6마리 중 4마리에서 완전 관해가 관찰됐다. 다발성 경화증에서는 표준치료제 ‘오자니모드’와 병용할 때 무처치군 대비 운동기능 회복률이 62.0% 향상된 것이 확인됐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와 현대ADM은 전신 자가면역질환 200여종 중 글로벌 임상 진입 용이성, 시장 규모, 패스트트랙 적합성을 기준으로 4개 질환을 우선 개발 대상으로 선정했다.
현대바이오는 이번 연구 결과가 하나의 기전으로 전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개별 질환 단위 개발을 병렬적으로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하나의 기전으로 다질환 시장을 포괄하는 플랫폼형 수익모델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페니트리움을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로 만든다는 게 현대바이오의 구상이다.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200억달러(약 172조5000억원)로 항암제 다음으로 큰 글로벌 치료제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기존 치료제의 대부분은 면역억제제로 장기복용 시 감염·재발 위험이 높아 ‘비면역억제 대체제’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다. 현대바이오는 페네트리움을 공동개발·글로벌 라이선싱을 통해 다질환 시장으로 조기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바이오는 페니트리움을 암·자가면역·신경질환을 하나의 병리 플랫폼으로 통합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로 적극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대표는 “현대ADM과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 및 혁신 치료제 지정 신청을 추진 중”이라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및 라이선싱 협력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페니트리움을 통해 현대바이오를 ‘세포 미세환경 복원치료’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