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퀵플렉스 배송 근무자들이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설문조사 결과에 쿠팡로지스틱스(CLS)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택배노조의 이번 조사 결과가 쿠팡이 근무환경이 택배업계의 평균치보다 우수하다는 걸 인정한 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국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쿠팡 퀵플렉스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퀵플렉서 679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쿠팡 배송근무자는 하루 평균 11.1시간 근무하면서 388건을 배송한다. 식사 및 휴게시간은 평균 23분이다.
응답자의 82.2%는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택배노조는 "배송근무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다는 쿠팡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클렌징(배달구역 회수)에 대한 불안'(28.4%), '용차비 부담'(25.7%), '계약상 제약'(25.1%) 등이 꼽혔다. 휴일이나 명절에도 배송을 강요받았다는 응답은 91.8%에 달했다. 응답자의 74.8%는 수수료 삭감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쿠팡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 5일만 일해도 이미 산재 과로사 판정기준(60시간)을 초과하거나 그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쿠팡은 물량이 늘었으니 수입에는 지장이 없다며 매년 수수료 삭감을 해왔고 올해도 수수료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은 결국 과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LS는 즉각 반박했다. CLS관계자는 "CLS 위탁배송기사는 매일 3명 중 1명꼴로 쉬어 하루 휴무자는 6000명 이상에 달한다. 이번 택배노조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CLS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의 휴무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노조 조사에 따르면 3일 연속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사는 51.5%로 나타났다.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없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3일 연속 휴가를 간 기사도 2명 중 1명꼴로 집계됐다는 얘기다.
주5일 또는 격주 5일 근무 비율은 64.8%로, 지난 7월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국내 주요 6개 택배사 소속기사 1203명 대상으로 '업무 여건 및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와 유사한 수치다.

당시 조사에서 '주 5일 이하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응답 비율은 쿠팡이 62%로 컬리(5%), 롯데택배(4%), 한진택배·CJ대한통운(각 1.5%), 로젠택배(1%)보다 훨씬 높았다. 오히려 택배업계 평균치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택배노조가 쿠팡만 콕 집어 조사하고 택배업계 전반을 같이 조사하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