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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석유화학 기업의 새로운 구조조정 전략[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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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석유화학 기업의 새로운 구조조정 전략[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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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일본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 확대 압력까지 겹쳐 설비가동률이 최근 80~90% 선에 머무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과거에도 경기변동에 따라서 석유화학 설비를 공동으로 폐기하는 구조조정 전략을 전개하다가 호황기에는 다시 설비를 늘리는 패턴을 반복해 왔으나 이번에는 공급과잉 압력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면서 중장기적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아예 석유화학 기초 제품 분야를 분사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과잉설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초석유화학과 고부가가치 기능성화학 부문을 분리하여 각자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과 투자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반도체 소재 분야의 강자인 레조나크홀딩스는 분사화한 석유화학 부문의 주식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레조나크는 반도체 소재에 집중하고 있어 기초석유화학 사업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면 경쟁력 강화가 어렵기 때문에 독립 사업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쓰이화학도 2027년까지 석유화학 사업을 분사화하고 경쟁사와 통합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일본 화학 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인 기초석유화학 부문에 친환경 기술이나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쓰비시케미컬 그룹은 유화단지 내에서 협력사를 포함한 공통 디지털 시스템의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각종 공정, 보수 관리에는 여러 기업이 참여하기 때문에 통합된 공통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면 현장의 작업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광대한 플랜트 중에서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핀포인트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센서 등도 활용한 디지털 기술로 설비의 이상 조짐을 미리 발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일본 기업은 비용 투자를 감수하고 미래 석유화학의 경쟁력의 기초인 에틸렌 제조 공정의 탈탄소화에도 나서고 있다. 석유 기반 나프타 대신 바이오매스 원료, 친환경 공법의 암모니아를 활용하여 에틸렌을 생산하는 기술 등이 도입되고 있다. 이와 함께 폐기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한편, 유화단지의 각종 에너지를 친환경 재생 전력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에틸렌 생산 공정의 전력화(e-크래커)가 모색되고 있으며 동양엔지니어링은 나프타 분해로의 전기화 기술인 ‘e-Furnace™’를 개발 중이다. 이는 CO₂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혁신 기술이며 태국에서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석유화학 공정의 전자화와 함께 일본에서도 개발 중인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유화단지에서 활용하려는 구상도 정부계 연구기관 등에서 검토되고 있다.

    일본 화학 기업들은 기초원료 부문의 혁신과 연계해서 기능성화학을 강화하고 있다. 기초화학 분야에서 e-크래커 등을 활용한 탈탄소화는 이를 활용해서 제조되는 기능성 화학품의 탈탄소화 가치를 원천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신에쓰화학공업의 기능성 화학사업의 경우 반도체 웨이퍼용 실리콘의 생산공장에서 재생에너지의 활용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사는 이 실리콘으로 고부가가치 화장품 재료시장을 공략하면서 친환경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동사는 차세대 반도체 후공정 기술인 칩렛(여러 종류의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탑재한 패키지)용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주력하면서 인터보저라는 중간 기판을 생략할 수 있는 첨단 공법과 이에 필요한 고객용 전용 장비를 개발했다. 기능성화학 소재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화학 기업도 직접 고객용 제조장치를 개발할 정도로 전문 기술력과 신공법 개발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은 기초석유화학과 기능성화학의 동시 투자와 이들 간의 시너지 제고에 주력하면서 유화단지를 디지털화된 탈탄소 에너지 기지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또 기능성화학 등에서 자동차, 반도체 기업을 주도할 정도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신공법 개발 역량과 더불어 부가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마케팅 역량의 강화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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