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36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낙관론 이면에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 존재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반도체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이에 따라 최근 급등했던 국내 반도체 주식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이미 출회하며 주가 조정이 나타났다.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된 점도 단기 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되며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중 간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 상황이다.
다만 이번 조정은 구조적 추세를 흔드는 요인은 아니다.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협상으로 방향을 틀어온 만큼, 이번 무역분쟁 역시 압박 이후 타협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갈등 완화 기대감이 형성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될 여지도 있다. 셧다운 역시 정치적 교착에 따른 단기 불안 요인일 뿐,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만한 변수는 아니다.
현재 국면은 상승 흐름의 초입
지금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본격화와 인공지능(AI) 빅사이클의 지속이다. 완화적 유동성이 위험자산 선호를 지지하고, AI 산업의 성장세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 단기 불확실성은 남아 있으나, 두 사이클이 맞물린 현 국면은 지속 가능한 상승 흐름의 초입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을 지탱하는 요인을 금리 인하와 AI 사이클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최근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유동성이 회복되고 있다. CME 데프워치에 따르면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9월 FOMC 점도표에서는 2025년 말 금리 중간값이 3.6%, 2026년은 3.4%로 제시되며, 연내와 내년에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진정되는 가운데, 고용 시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상화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최근 달러 지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Fed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서 강달러 압력도 완화돼 한국 등 신흥국으로의 유동성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한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 Fed의 완화적 통화 환경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둘째, AI 빅사이클의 본격화가 글로벌 증시의 구조적 상승을 이끌고 있다. 최근 미국의 셧다운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AI 버블’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AI 관련 반도체 주가가 강세를 주도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AI를 ‘산업적 버블’이라 언급했음에도, 오픈AI와 AMD의 전략적 협력 발표 이후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확대됐다.
AI 컴퓨팅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급증하는 챗GPT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미국 내 주요 지역에서 애저(Azure) 신규 가입을 제한할 정도로 데이터센터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당초 공급 제약이 2025년 말까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전망은 2026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오픈AI의 소라(SORA)2 출시로 영상 생성형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연산 자원에 대한 수요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가 단기적 유행이 아닌 장기 산업 사이클의 초입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단기 조정은 과열 해소 과정
셋째, 단기 조정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의 본질적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와 이에 대응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부각되면서 반도체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급등세가 이어졌던 만큼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했고, 환율 변동성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조정은 구조적 상승 흐름이 꺾였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완화적 통화 환경과 AI 반도체 중심의 산업 성장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흐름이 시장의 중장기 상승 기반을 지탱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가격 조정은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금리 인하와 AI 투자 확대가 맞물릴 경우 또 한 번의 상승 모멘텀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장은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 기대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회복이 맞물리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 투자 확대가 증시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Fed의 완화 기조 전환이 위험자산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셧다운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잔존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시장이 한편으로는 성장 자산에 베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복합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은 단기 과열이 아니라, 정책 전환과 산업 변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과도기적 장세로 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반도체 업황 개선이 확인된 만큼, 조정이 있더라도 상승의 중심축은 여전히 AI 산업이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는 AI 전환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 AI 소프트웨어, 로봇 등 성장 업종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