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L0891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오가노이드 연구 결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받아낸 건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한승훈 에임스바이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가톨릭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사진)는 FDA의 최근 BAL0891의 IND 변경 승인에 대해 13일 이같이 밝혔다.
에임스바이오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CMC) 전략 수립부터 비임상·임상 개발에 이르는 전주기 전략을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제약바이오 컨설팅 전문회사다. 회사는 신라젠의 선도 항암 후보물질 BAL0891의 임상 전략을 전담하고 있으며, 신라젠이 2022년 이 후보물질 도입을 결정할 당시부터 컨설팅을 이어오고 있다. 한 COO는 “FDA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를 설득할 때 중요한 건 단순히 양질의 데이터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만들게 된 ‘스토리’”라고 말했다.
오가노이드로 증명된 병용요법, FDA 첫 승인
FDA는 앞서 단독요법으로 IND를 승인했던 BAL0891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변경안을 지난 6일 승인했다. 실험동물 기반의 전임상 근거 대신 오가노이드(생체모사시스템, MPS) 데이터를 근거로 IND 혹은 IND 변경 승인을 받은 사례는 단독요법에서는 있었지만, 병용요법으로는 이번이 첫 사례로 평가된다.한 COO는 “동물 모델에 인간 유래 암을 이식하려면 동물의 면역체계를 파괴해야 하는데, 그런 환경에서 면역관문억제제를 시험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인체 내 환경을 모사하는 MPS를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미국의 MPS 전문기업 큐리에이터로부터 플랫폼을 제공받아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T세포가 억제돼 있는 종양 미세환경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후보물질의 직접적 종양 살해 효과도 검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BAL0891은 세포분열 과정의 두 지점을 동시에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가 단순히 세포 증식을 ‘멈추는’ 수준이라면, BAL0891은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유도해 암세포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할 시간을 줄여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세포분열이 활발하지 않은 종양에서도 작용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와 다르다. 종양 미세환경(TME)에 숨어 증식을 억제한 ‘콜드튜머’의 경우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의 효능이 제한적이지만, BAL0891은 증식이 일어나는 순간 사멸을 유도하기 때문에 면역세포의 접근성과 반응성을 높일 수 있다.
신라젠은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면역관문억제제(ICI) 병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BAL0891 투여 후 세포가 파괴되고 면역반응이 개시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ICI를 투여하는 ‘골든타임’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모델링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한 COO는 “BAL0891은 직접적인 종양 살해 효과와 면역반응 촉진 효과를 모두 갖고 있다”며 “ICI 병용 시 훨씬 낮은 용량에서도 효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유일 전주기 컨설팅회사 에임스바이오
에임스바이오는 2019년 설립된 신약개발 전문 컨설팅기업으로, 일동제약이 57%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회사는 CMC 전략부터 비임상, 임상, 규제 전략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다학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한 COO는 “임상약리학은 신약개발의 전 구간에 관여한다. 얼마의 용량을 주면 얼마의 노출이 생기고, 그 노출이 효능과 독성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며 “얼마의 용량을 줘야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게 결국 신약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파이프라인이 결과가 좋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결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라며 “세포 실험(in vitro)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 실험(in vivo) 실험을 설계하고, 이를 토대로 임상시험을 구성해야 한다”며 “데이터에서 데이터로 이어지는 논리구조(스토리라인)가 정연해야 글로벌 제약사와 FDA가 납득한다”고 강조했다.
에임스바이오는 지금까지 150개 이상의 바이오기업과 300건이 넘는 과제를 수행했다. 신약개발의 속도보다 전략과 근거를 중시하는 접근으로,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 상장사와 협업 경험이 있다. 한 COO는 “전략 컨설팅의 중요성이 업계에서도 점점 인식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10월 14일 13시 03분 게재됐습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