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별로 책을 단 한 권만 팔 수 있다면 어떤 책을 독자에게 권할까. 오는 24~26일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5 파주페어-북앤컬처'는 이런 상상을 독자들 앞에 현실로 펼쳐놓을 예정이다.
지난 10일 파주출판단지에서 만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파주페어의 '한권 마켓'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는 형식"이라며 "참가 출판사 100곳에 동일한 면적의 부스가 하나씩 주어지고 각 부스에서는 딱 1종의 책만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 '2025 파주페어-북앤컬처' 중 출판 분야 '북소리' 행사 기획을 맡고 있다.
파주페어는 매년 파주출판도시 일대에서 열리는 대규모 출판 문화 축제다. 2011년부터 매년 이어져 온 책 축제 '파주북소리'가 확장돼 올해는 윤동주 시 낭독회,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알사탕' 등 공연도 이어진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출판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올해 파주페어의 주제는 역설적으로 '책이 없는 세상'이다. 김 대표는 "최근 지자체별 도서전이 많이 열리고 신간도 쏟아진다"며 "너무 많으면 귀한 줄 모르고, 무언가 잃어버리거나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리는 '한권 마켓'은 각 출판사가 대표 책에 맞춰 부스를 꾸미고 '믿고 읽을 수 있는 다른 출판사의 책 1종'도 소개할 예정이다. 예컨대 북스피어의 경우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고양이의 참배>를 판매하는데, 부스가 마치 일본의 어느 선술집처럼 보이도록 고양이 장식과 전등을 현지에서 공수해왔다. 김 대표가 미유키 작가에게 꽂히게 만든, 청어람미디어에서 출간된 해당 작가의 <이유>도 함께 추천한다. 김 대표는 "삼성이 LG 가전은 못 팔아도 출판사가 칼럼 등을 통해 타 출판사의 책을 추천하는 건 출판계에서만 이어져온 아름다운 전통"이라며 웃었다.
책에서 파생된 문화 상품 '굿즈'는 도서전에서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김 대표는 "굿즈를 판매하는 걸 넘어 굿즈 문화에 대해 심도 깊게 들여다보고 싶어서 각 출판사의 이야기를 모아 대표 굿즈와 기획 의도, 비용, 과정 등에 대한 전시회를 열 것"이라며 "이를 모아 <굿즈주의보>라는 책으로 낼 계획"이라고 했다.
스타 작가들도 대거 참여한다. '책이 없는 세상'을 주제로 한 테마북에는 국내 대표 SF 소설가 김초엽, 황모과와 대만 SF 소설가 핑루 등이 글을 싣는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장서 약 20만권을 품은 '지혜의숲’ 서가에는 책 속 문장을 담은 200개의 엽서가 전시되는데, 이 중에는 김애란, 김연수, 박상영, 이승우 등 12명의 소설가가 만들어 낸 '세상에 없는 책' 속 문장 엽서 12장도 섞여 있다. '세상에 없는 책'의 문장을 가려낸 독자에게는 경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출판사나 책, 독서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남기는 게 목표입니다. 신랑 얼굴도 기억 안 나는 결혼식 같은 행사 말고요. 단 한 가지라도 잊지 못할 추억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