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3월 타결된 국민연금 개혁은 미완(未完)이었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9일 한경미디어그룹 세종스튜디오에서 한 인터뷰에서다. 행정고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 차관은 국민연금재정과장, 연금정책국장, 사회복지정책실장 등을 거친 ‘연금 전문가’다. 올초 여야를 넘나들며 물밑협상을 이어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로 요약되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모수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9년 늦춰졌지만 자동조정장치 등 추가 구조개혁이 빠져 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차관은 “국내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올초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지난달 민간자문위원회 구성 완료로 재가동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의제하에 자동조정장치의 장단점과 다른 보완장치를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차관은 또 “국민연금의 부족한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기 위해 퇴직·주택연금을 공적연금화하는 ‘다층연금체계’로 연금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또 다른 과제는 수익률 제고다. 국민연금 운용 기금은 올해 1304조원에서 2050년 3500조원으로 불어난다. 이 차관은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대체투자와 해외 투자를 늘려 어느 자산군이 좀 깨지더라도 다른 자산군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투자의 질적 제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차관은 “국내 시가총액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5% 정도인데 대주주 지분, 자사주 등을 제외한 유통주식을 기준으로 보면 12%에 달해 더 매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적 투자 규모는 유지하되 우리의 투자가 기업 펀더멘털이나 지배구조 개선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질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강화한다고 하면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늘 따라붙는다”며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체계와 주주권 행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저출생·고령화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의무지출도 손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복지부 예산 137조6000억원 중 약 90%가 기초연금·생계급여 등 법정 의무지출”이라며 “중복 지원 사업은 정비하고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효율화하는 방향의 의무지출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복지 지출은 비가역적이어서 한번 준 혜택을 거두기는 힘들다”면서도 “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해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겠다”고 했다.
이 차관은 복지 서비스에 인공지능(AI)을 적극 도입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노인 돌봄이 대표적이다. 그는 “돌봄 인력도 고령화하면서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AI를 도입한 스마트홈 또는 스마트 돌봄시설을 통해 고령층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생 대응도 1차관 소관이다. 이 차관은 “제도 변화의 빈 곳을 사회·인식 변화가 채워야 한다”며 “지난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중 31%가 남성이었는데,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