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 양성의 요람인 육·해·공군 사관학교 입시가 ‘수능 리허설’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안정된 진로와 명예가 보장된다는 인식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사관학교 선호도가 곤두박질치면서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되는 사관학교 1차 시험이 수능 대비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응시’, 2차 ‘포기’ 속출

3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해·공군 사관학교 1차 시험 합격자 중 2차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결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육사 입학시험 2차 결시율은 2021학년도 51%에서 2025학년도 56.3%로, 공사는 같은 기간 47.1%에서 60.8%로 증가했다. 해군은 2021학년도 60%에서 2025학년도에는 77.7%까지 치솟았다.
결시율은 전형 지원자 중 허수가 많아 해당 시험의 실질 경쟁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2025학년도 해군 사관학교의 경우 1차에 합격한 1291명 중 2차엔 1003명이 응시하지 않았다. 해군 생도 모집 정원이 170명인 만큼 2차 전형 경쟁률은 1.7 대 1에 그친 셈이다.
군 장교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아니라면 수능이 임박한 시점에 시행되는 사관학교 2차 전형에 응시할 이유가 없다. 인성·신체검사와 체력·면접시험 준비를 별도로 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국·수·영’ 중심…수능과 동일
사관학교 시험이 ‘수능리허설’로 활용되는 이유는 출제 과목이 수능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국·수·영 30문항씩 출제되는 사관학교 1차 시험은 매년 7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치러진다. 고교 교사와 사관학교 교수 등이 출제에 참여하고 문제 형식 및 출제 범위는 수능과 거의 같다.이런 이유로 서울 대치동 등지의 주요 입시 학원에선 수능 당일 긴장도를 낮추고, 시험장 분위기를 미리 경험할 목적으로 사관학교 1차 시험에 지원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최민병 강남종로학원 원장은 “매년 사관학교 1차 시험이 끝나면 수험생 사이에선 기출 문제가 ‘족보’처럼 돌아다닌다”며 “문제 수준이 비슷해 그해 수능 난이도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군에선 간부 충원난 가시화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결시율을 낮추고, 군 간부를 희망하는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공군은 2025학년도부터 ‘지원확정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1차 시험 점수 공개 기간에 지원자의 진학 의사를 확인해 2차에 지원할 합격자를 추려내는 방식이다. 그 결과 2025학년도 결시율은 60.8%로 전년 대비 소폭 낮아지기도 했다.저출생 여파로 군에서는 이미 해군을 중심으로 군 간부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군 관계자는 “해군 부사관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징집병 중 일부가 부사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원확정제 등 선발 설계 과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선원 의원은 “군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진로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며 “단순한 급여 인상을 넘어,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사회적 인식 전반에 걸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장교도 결국 직업이기 때문에 근무 환경 개선과 주거 및 가족 지원 등을 통해 장기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학업·연구 연계 기회 부여와 군 조직문화를 함께 손보지 않으면 사관학교 시험장은 계속 ‘수능 연습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리/김유진 기자 smart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