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고분이 빚어낸 풍경

대릉원 Daerungwon Ancient Tomnbs
도심 어디서나 보이는 봉긋한 고분은 경주의 상징이다. 대릉원은 노동동과 황남동 사이에 자리한 신라 시대 고분군을 통칭한다. 미추왕릉, 황남대총, 천마총 등 23여기의 크고 작은 고분이 포근한 곡선을 이룬다. 천마도, 금관, 금제 허리띠 등 귀중한 유물 수십 점이 이곳에서 발굴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황남대총 뒤 두 그루의 목련나무. 1년 365일 관광객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인기 포토존이다.
황리단길 Hwangnidan Street
내남사거리에서 구황남초등학교 네거리까지 이어지는 황리단길은 경주에서 가장 젊은 거리로 꼽힌다. 과거 '황남 큰길'이라 불리던 이 일대에 트렌디한 카페, 레스토랑, 상점이 들어서며 경주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커피 한 잔을 즐기거나 아기자기한 소품숍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30주년, 불국사와 석굴암을 마주하다

불국사 Bulguksa Temple
신라 751년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한 사찰로, 1973년 현재 모습으로 복원됐다. ‘불국사’라는 이름은 다양한 불국토(이상향)가 모여 하나의 나라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불국사가 단순한 사찰이 아닌, 불교적 이상과 세계관을 건축으로 구현한 공간임을 보여준다. 경내 곳곳에는 다보탑과 석가탑, 청운교, 백운교 등 신라 불교미술의 뛰어난 조형미를 간직한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하루 쉬어가기 좋은 템플스테이도 운영한다.

석굴암 Seokguram Grotto
석굴암과 불국사가 창건된 8세기는 신라의 국력과 문화가 절정에 달했던 때였다. 김대성은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세웠다. 토함산 중턱에 백색 화강암을 이용해 석굴을 만들고, 내부에는 본존불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40구의 불상을 조각했다. 360여 개의 돌로 원형 천장을 구축한 건축 기법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사례로 꼽힌다.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신라 불교문화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신라 천년왕조의 궁궐터, 월성지구를 따라

동궁과 월지 Donggung Palace and Wolji Pond
"궁 안에 못을 파고 가산을 만들고 화초를 심고 기이한 짐승들을 길렀다." <삼국사기> 문무왕 14년 기록에 따르면 동궁과 월지는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아 축하연이 열리던 궁이었다. 신라가 멸망한 후 '화려한 궁궐은 없고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든다'는 뜻에서 ‘안압지’라 불렀으나, 1980년대 ‘월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가 발굴되면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추천 방문 시간대는 해 질 무렵. 저녁 어스름이 깔리면 전각과 석축을 비추는 조명이 연못에 담겨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월성 Wolseong Fortress
첨성대 남쪽, 초승달 모양의 둥근 둔덕이 바로 신라 왕궁터인 월성이다. 101년 축성돼 935년 신라 멸망까지 한 자리에서 나라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현재 왕궁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일부 자연 성벽과 해자 터에는 여전히 신라 천 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신비로운 월성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10여 년째 발굴조사를 진행 중이다.

첨성대 Cheomseongdae Observatory
1300여 년 긴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첨성대.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선덕여왕 때 축조됐다. 2중 기단에 30cm 높이의 돌 27단을 쌓고, 꼭대기에 우물 정(井)자 모양의 사각형 돌을 올린 설계에서 당시 신라의 우수한 과학 기술과 건축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압도적인 규모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오묘한 곡선이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신비롭다. 야간 경관 조명으로 밤에도 빛을 발하며, 인근에 핑크뮬리와 가을꽃 군락 등 산책하기 좋은 장소도 갖추고 있다.

월정교 Woljeonggyo Bridge
월정교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원효대사가 파계를 각오하고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었다는 전설 속 장소로, 왕족이 거주하던 월성과 신라 불교의 성지 남산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다리이기도 하다. 푸른 단청과 붉은 기둥이 조화로워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가까이서 보면 단아하다. 해가 지면 월 정교의 진가가 드러난다. 남천강 위로 드리운 고운 자태가 한 폭의 데칼코마니를 완성한다. 돌다리에 오르면 다리 전경과 은은하게 빛나는 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경주, 세계로 날아오르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세계를 잇는 무대가 된다. 오는 10월 27일부터 경주에서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1989년 창립된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협력체로, 한국을 포함해 현재 2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행사이자, 환태평양 연안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다자 정상회의다.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시기: 2025.10.27~11.1
개최 장소: 경북 경주
참석인원: 21개국 회원국 정상 및 대표단, 기업인, 언론인 등 6000여 명

보문관광단지 Bomun Tourist Complex
2025년 APEC 정상회의 핵심 장소인 보문관광단지는 19070년대 우리나라 관광 개발을 알린 출발점이자 경주 여행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푸른 보문호를 감싼 240만여 평의 부지에 호텔, 레저·휴양 시설, 컨벤션센터 등이 조성돼 여행과 업무까지 한곳에서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0월 말이면 오색 단풍으로 물든 풍경 속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인근에는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비롯해 복합문화공간 경주엑스포대공원, 테마파크 경주월드 등 다양한 명소가 산재해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경주의 맛과 멋

흐흐흐
경주의 밤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흐흐흐'의 향긋한 수제 맥주로 하루 마무리하기. 은은한 산미에 체리가 더해진 시그니처 맥주 '체흐흐흐리'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안주까지 곁들이니 행복이 두 배로 느껴지는 듯하다. 통창 밖으로 고즈넉한 고분이 펼쳐지는 '릉(陵) 뷰'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미피스토어
여행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소품숍. 오직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 미피가 특히 인기다. 석굴암과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작고 귀여운 키링은 소장 가치가 높고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최근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주목받는 노리개도 만날 수 있다.

빛꾸리
황리단길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한옥 카페. 곡물과 견과류가 듬뿍 들어 고소한 수제 미숫가루, 새콤한 맛이 일품인 오미자차,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색동 인절미 구이 등 다채로운 전통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어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좌식 공간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해보자.

산드레
자연을 담은 건강한 밥상이 그리운 날, 산드레를 추천한다. 한우와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약선 불고기 비빔밥부터 수제 다과, 꽃차까지 정갈하게 차려진 한 끼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불국사, 석굴암에서 멀지 않아 등산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