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시장도 정부 정책 이길 수 없어”
이 대통령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44차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대책을 보고했고,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 간 공개 토론이 이어졌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이 자리에서 식료품 가격 상승 원인으로 인건비·임대료 등 유통비용 상승, 농가 생산성 저하, 농산물 공급 다양성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이 원장은 “단기적으로 할인 지원, 할당 관세 등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근본적으로 유통 구조 효율화, 수입 등을 통한 공급 채널 다변화 같은 구조적 대응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그러자 이 대통령은 “2022년은 생활물가 대비 식료품 물가가 확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과학적으로 분석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 통제 역량의 상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강력하게 작동하면 (유통업체나 독과점 가공업체가) 정부 눈치를 본다”며 “정부가 관심을 안 갖고 통제를 안 한다고 확신이 들면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버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독과점 기업들에 대해 강제 분할을 하는 제도가 있나”라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주 위원장에게 “가격조정명령(가격재결정명령)도 가능하냐”고도 물었다. 가격재결정명령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격 남용’ 행위를 했을 때 경쟁당국이 내리는 조치다. 시장의 자유로운 가격 결정을 가로막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된 극단 조치다. 이 대통령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없지만, 시장도 정부 정책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학자는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이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결국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현 형사사법체계의 항소 제도에 대해서도 작심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1심에서 판사 세 명이 재판해 무죄 선고가 났는데, 고등법원 재판에서 세 명의 판사가 이를 유죄로 바꾸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했다. 원심이 뒤집히는 현 체계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다.이 대통령은 1심 무죄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뀔 확률이 5%가량이라는 정 장관의 보고를 받고는 “나머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생고생을 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검찰청 폐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