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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가 풀어지는 여행길, 해남 대흥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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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가 풀어지는 여행길, 해남 대흥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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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잡한 마음은 어떻게 달랩니까?” 그의 마음은 잡념으로 꽉 찬 독과 같아 곧 깨질 것처럼 보였다. 성인은 빙그레 웃음 지으며 그에게 따뜻하고 씁쓸한 차 한 잔을 건넸다.




    뿌리 깊은 나무가 뙤약볕 아래 인내하고, 별안간 불어 닥치는 세찬 바람을 오롯이 맞으며 피워낸 싱그러운 이파리 하나가 갈지 자를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는 가만히 앉아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찬찬히 마음 밖의 일들을 음미했다. 독이 깨지며 그의 마음은 텅 빈 움의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두륜산 품에 안긴 대흥사는 차의 성인으로 불리는 초의선사(1786~1866)가 출가해 평생을 보낸 도량이다. 지금도 그의 수행처였던 일지암에서는 다선일여의 정신이 고요히 흐르고, 매년 열리는 초의문화제는 사찰이 지닌 차 문화의 뿌리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일주문을 지나면 보통 천왕문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대흥사는 입구 역할을 해탈문이 한다. 이곳에 서면 삼산봉우리 즉, 삼문봉·고계봉·가련봉이 대흥사를 병풍처럼 두른 모습이 펼쳐진다.




    절묘와 산세와 산사의 조화, 그리고 한국 사찰 가운데서도 특별한 대흥사의 가람 배치는 지극한 아름다움에 한 몫을 더한다. 보통 가람을 남향으로 짓는 것과 달리 대흥사는 북쪽을 향해 열려 있다. 불전 중심의 대웅보전 구역, 천불전이 모여 장엄한 불국토를 이루는 구역, 임진왜란 승병장들을 기리는 표충사 구역으로 삼분되어 차와 선, 호국 정신이 어우러진 도량임을 드러낸다.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 휴정이 의승군을 조직하여 평양성을 탈환함에 따라 1788년 정조가 대흥사 표충사를 사액했다. 이를 계기로 호국신앙의 중심 사찰로 거듭났고 이후 우리나라 차 문화 발전을 이끈 초의선사를 비롯한 13명의 대종사(고승)를 배출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흥사는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4km의 장춘숲길이 일주문까지 이어져 걷는 맛을 돋우고, 스님과의 차담이나 명상, 공양과 예불 등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의 참 멋을 음미할 수도 있다.

    해남에서 뭐 먹지?
    대흥사 가는 길목에 토종닭요리촌이 형성되어 있다. 사찰과 닭요리, 모든 인과관계가 그렇듯 우연과 필연으로 맺어진 아이러니다. 연동리 마을 곳곳에 닭요리집이 생겨난 것은 원조장수통닭 덕분.




    “1975년에 문을 연 구멍가게가 지금의 원조장수통닭으로 커졌어요. 당시엔 잔술을 파는 가게가 흔했는데, 어느날 여행객들에게 닭 한 마리를 삶아 준 것이 점점 입소문이 났죠.” 3대 안덕준 사장님이 빛바랜 건물 사진을 보여주며 정겨웠던 옛 일을 상기한다.



    땅끝 해남에 와서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며 잔술을 주고 받다가, 뜨끈한 닭백숙을 먹으며 도란도란. 그렇게 작은 가게는 점점 커져 이후 1987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닭코스 요리는 8만 원대. 처음에는 비싸게 여겨졌으나 3~4명이 먹는다면 알차고 푸짐한 정찬이다. 겉바속촉 닭튀김, 매콤한 주물럭, 닭백숙과 닭죽까지 오랜 정성과 자부심으로 지킨 맛은 다르다. (10월까지는 기온 특성상 닭 육회를 제공하지 않으니 참고하자)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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