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심상치 않습니다. 3주 연속으로 상승 폭을 키우면서 이달 넷째 주(22일) 0.19% 올랐는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0%에 육박하는 상승률입니다. 9월 7일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커졌다는 것은 향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불안한 가장 큰 원인은 공급절벽입니다. 현 정권이 빠르게 공급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단지 아파트는 착공부터 입주까지 3~4년이 걸립니다. 여기에 더해 장기간 줄어든 아파트 거래로 인해 누적된 수요도 집값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최근 3년(2022년~2024년)간 아파트 거래는 이전 3년(2019년~2021년)에 비해 거의 반 토막으로 줄었는데, 이렇게 누적된 수요 중 상당수는 여전히 주택시장에 머물면서 여건이 되면 언제든지 시장에 진입합니다. 규제로 인해 서울의 주택 수요는 실거주 수요 위주인데, 한 달에 거래량이 1만건을 넘는 경우가 두 번(3월, 6월)이나 있던 것은 그만큼 주택 수요가 두텁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최근 주목해야 할 수요는 지방에서 서울로의 원정 수요입니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원정 수요가 많았던 시기도 있지만, 누적된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로 주택 수요가 집중되면서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심지어 빌딩을 팔면서까지 100억원대 아파트를 사려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지방 자산가들이 서울 집을 사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방 자산가들의 서울 원정수요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수요가 매우 증가한 이유는 먼저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2025년 들어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기준으로 1.29% 내렸습니다. 9·7 공급대책 이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커지는 서울과는 반대로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하는 중입니다.
지방 부동산은 인구감소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지방에서 인구가 많은 광역시에서도 대학 진학을 위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2030 세대가 많습니다. 이들은 미래의 핵심 주택수요자로, 3040 세대가 되면 집값을 안정적으로 받쳐줄 뿐 아니라 가격 상승에도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방 주택시장은 장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주택 증여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매입하는 주택 또한 수도권입니다. 자녀들이 대부분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고 직장도 수도권에 있는데 굳이 지방 주택으로 증여나 상속에 대비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연스레 서울 주택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게 됩니다.
잘못된 정부의 규제도 한몫합니다.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계속 규제하겠다는 사전 예고로 인해 조만간 부동산 대책이 재차 나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앞으로 발표될 부동산 규제는 이미 나온 대출 규제나 대선 때 약속했던 세금 규제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규제지역 확대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뿐 아니라 서울시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토지거래허가제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서울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지금 시점에서 규제지역을 확대하면 주택시장은 과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수요자에게 '지금 아니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불안심리를 자극하면 이들의 의사결정만 빨라지도록 유도하는 셈입니다.
특히 지방 자산가분들은 취득세 중과(투기과열지구)와 실거주 의무(토지거래허가제)를 벗어날 수 있는 지금이 서울 아파트를 매입할 가장 좋은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는 시기까지 향후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마포구와 성동구에 지방 자산가들의 진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방 자산가들의 서울 주택시장 진입 영향을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을 지칭하는 '한국 부자'는 2024년 46만1000명으로 인구의 0.90%를 차지합니다.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부산(2만9200명)과 대구(1만9300명)가 인천(1만4100명)을 압도합니다.
'찐 부자'들은 여전히 지방에 많으며 이들의 움직임이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판도를 일정 부분 바꿀 수 있습니다. 한국 부자들이 중장기 투자 수익처로 '거주용 주택'을 가장 선호한다는 점을 유의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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