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사진)이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2000㎏에 달한다”고 25일 언론 간담회에서 밝혔다. 이는 소형 전술핵탄두 약 100기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정 장관은 “이 시간에도 북한 우라늄 원심분리기가 네 곳에서 돌고 있다. 지금 급한 일은 멈춰 세우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정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 돌파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지목하며 지원 의지를 밝혔다. 그는 “(대화를 우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이 실용적”이라며 “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협상하는 데 동의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달 말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북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 있으니 해보자는 이야기”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은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기 때문에 양측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장관은 남북이 현실적으로 두 국가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영구 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 국제법적 두 국가”라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50∼60%가 북한을 국가라고 답해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가성 인정이 영구 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잠정적으로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의 특수관계에서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