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쇠락의 상징 같았는데, 이제는 새로운 희망처럼 느껴진다.”
지난 9월 16일 세종시 전동면의 조일농원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농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한민국은 농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매우 적은 나라에 속한다”며 “청년농업인에 대한 지원을 많이 늘릴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업은 이제 단순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전략 산업으로서 그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123대 국정과제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통한 경제 혁신과 함께 농업의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농정 대전환 로드맵이 포함되었다. 이제 우리 농업도 본격적인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8월 15일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하면서 ‘AI 기반 첨단기술을 농업에 확대 접목’하고, ‘과학기술에 기반한 실용 혁신에 속도를 내야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후변화·인구 고령화·국제 공급망 불안정성 확대 등의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농업의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농업 혁신은 새로운 기술이 농업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동안 농촌진흥청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그린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농업에 융합해 농업인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매진했다.
식량작물의 생육 관리, 주요 병해충의 발생 예측, 축산 분야 사양 관리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영농 통합 시스템’ 구축과 농가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스마트 온실 모델’ 개발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식량작물의 품종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스피드 브리딩’ 기술 확립, 주요 식량작물의 거대 육종 데이터를 디지털화한 ‘한국 디지털 육종 플랫폼’도 2027년부터 민간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도 빼놓을 수 없다. 2026년에 쏘아 올릴 농림 위성을 통한 농작물의 작황 및 수급 예측, 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 고도화는 농업의 피해를 줄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마늘, 양파, 배추, 무 등 주요 밭작물의 전 과정을 기계화가 가능하도록 개발중이고 병해충의 예찰·방제 시스템 고도화는 농업 생산 인구 고령화와 안정적 농업 생산 환경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촌은 이제 단순한 농산물 생산지가 아닌,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지역 특화작목 육성, 청년 농업인 지원, 치유농업 확산으로 농촌을 삶터이자 일터, 휴식처로 가꾸어야 한다. 더불어 농작업 재해 예방과 고령·취약 농업인 안전관리는 ‘사람 중심의 안전한 농산업’의 기본 조건이다.
최근, K-푸드와 K-농업기술의 글로벌 확산은 우리 농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와 연계한 수출 전략,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및 대륙별 협력 네트워크(AFACI, KAFACI, KoLFACI)를 통한 ‘ODA-수출 연계 모델’은 세계 속에서 우리 농업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은 언제나 위기를 지혜로 극복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변화는 때로 위기이지만, 동시에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은 이제 첨단기술을 토대로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국민 모두가 꿈꾸는 희망의 농업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