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히 있으면 시원~하다!”
햇빛이 쏟아지는 한낮, 더위에 지친 남녀가 평상에 누워 열을 식히고 있다. 열기에 지친 여성에게 남성은 “마음만 고쳐 먹으면 해골물도 시원하고 달다”며 “몰디브에 왔다고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거기서 시원하게 칵테일 한 잔 따라 마시는 거지.”
그러자 알루미늄 캔을 따는 효과음이 들리더니 탄산음료가 쏟아지는 상쾌한 소리가 이어진다. 여성이 음료 ‘얼박사’를 잔에 따르는 소리였다. 상상으로 더위를 달래며 원효 대사처럼 행세하던 남성은 “좀만 줘봐”라며 음료를 나눠 마시길 청한다. 그 순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얼박사가) 더 시원하다”는 문구가 음료와 함께 나타난다. 시원한 탄산음료로 여름의 열기를 식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이 작품은 김동규 감독의 ‘가만히 있으면 시원하다’로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여름과 어울리는 이야기 전개와 함께 동아제약의 음료를 참신하게 활용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름밤을 연상시키는 귀뚜라미 소리, 몰디브 하면 떠올릴 만한 파도 소리, 탄산이 톡톡 새 나오는 소리 등을 상상력과 잘 버무렸다는 점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고로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로서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이 나왔다. 김 감독은 “AI와 영화 제작이 공생할 방안을 찾고 싶어 이번 영화를 찍을 때 배경 처리 작업에 AI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는 동아제약과 한국경제신문사가 함께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했다. 박카스 29초영화제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에너지 드링크인 박카스처럼 초단편 영화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2014년 시작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으며 창의력이 가득한 신진 영화인을 발굴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일반부 대상 상금 900만원을 포함해 상금 규모가 3000만원에 달한 올해 행사에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우수 작품에 상을 주는 AI상도 신설됐다.
올해 주제는 ‘올여름, 피로를 박살 내는 나만의 방법’.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20일까지 이어진 출품 기간 일반부 454편, 청소년부 131편, 메이킹 필름 162편 등 무더위에 활기를 되찾는 저마다의 방법 747편이 모였다. 이 중 일반부 6편, 청소년부 4편 등 작품 10편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박카스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으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빚어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청소년부 대상은 배수연·주혜린 감독의 ‘지금 우리 여름은’에 돌아갔다. 여름날 공포영화를 찍고 있는 학생들을 조명한 이 작품은 청소년부 수준을 넘어선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좀비 분장과 줌인으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카메라 구도, 감각적인 화면 전환도 매력이었다. 박카스를 마시며 배우들이 쉬고 있는 모습에선 열연에 젊음을 쏟고 있는 청춘들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주 감독은 “우리가 고3 학생이어서 꿈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함께한 배 감독은 “주제를 보고 공포영화가 떠올라 좀비를 소재로 했다”고 했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정다운 감독의 ‘오싹함의 비밀’은 유쾌한 결말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상 연출과 줄거리가 박카스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소년부 최우수상 작품인 고유나·신혜라 감독의 ‘박카스 게임’은 가수 로제의 인기곡 ‘아파트’를 활용해 박카스를 게임으로 풀어낸 내용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AI상은 일반부에서 두 팀이 나왔다. 뛰어난 만듦새가 돋보이는 강동우 감독의 ‘에너지 충전 완료!’와 자연 다큐멘터리의 촬영 뒷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낸 송기현 감독의 ‘정글의 휴식, 다시 시작’ 등이 수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